올해도 증시 ‘1월 효과’?... 장밋빛 전망 나오지만 곳곳에 암초
글로벌 증시가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작년 한 해 22% 상승한 가운데, 올해도 그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넘치고 있다. 과거 통계상으론 연초엔 증시가 상승하는 ‘1월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새해를 맞은 증권가를 들뜨게 하고 있다. 통상 1월엔 기관 투자자의 신규 자금 집행이 시작되고, 연말 보너스를 받은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서는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1980년 이후 S&P500은 1월에 평균 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코스피는 평균 2.7% 올랐다. 연중 가장 성과가 좋은 달은 아니지만 대체로 오른 것이다.
올해는 어떨까. 다수의 전문가는 증시를 과도하게 낙관할 때일수록 성급한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작년 말부터 미국 증시가 최근 9주 연속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밋빛 전망 나오지만… 암초가 곳곳에
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견고한 성장을 거둔 미국 월가에서는 새해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S&P500 지수는 24% 오른 4769.83으로 거래를 마쳤는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이 지수가 역사적 고점(4796.56)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도이체방크의 올해 S&P500 전망은 최고 5100이다.
그러나 증시 과열 논란도 나온다. 이날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S&P500의 상대강도지수는 과매수 구간인 70을 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엔 2020년 이후 최고치인 82.4까지 치솟았다.
투자 심리는 불과 두 달 사이 ‘극심한 약세’에서 ‘극심한 강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중순 미국 개인투자자협회가 향후 6개월의 증시 전망을 설문한 결과, ‘강세장’이란 응답이 53%로 2년 반 사이 최고로 높았다. 평균적으로 강세장을 점치는 응답 비율은 37.5%인데 이를 훨씬 웃돈 것이다. 마켓워치는 “투자 심리가 극에서 극으로 치우치면 시장이 곧 전환될 것이란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인 12선으로 떨어졌다.
다가올 ‘실적 발표 시즌’에서 기업들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발표한다거나 미국의 물가 둔화세가 주춤할 가능성도 증시엔 위협 요인이다.
특히 이달엔 증시에 영향을 끼칠 주요 이벤트들이 산적해 있다. 3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공개할 2023년 12월 의사록에서 금리 인하 전망에 변화가 생길 경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 정부 2차 임시 예산안 내 지출 법안 12개 중 4개의 만료 시한(오는 19일)을 앞두고 미 정부의 셧다운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 예산안 합의가 차질을 빚으면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
◇“연말 강세장 후엔 ‘1월 효과’ 없더라”
올해는 ‘1월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1~12월 평균 상승률이 6%를 넘은 경우 이듬해 1월 S&P500 지수 하락 비율이 62%로 높아졌다”고 했다. 증시가 연말에 단기간 강하게 상승하면 차익 실현 매물 등의 영향으로 1월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작년 S&P500과 코스피는 11~12월 각각 14%, 16% 올랐다. 우 연구원은 “물론 코스피는 연말 산타랠리(강세장) 이후에도 ‘1월 효과’가 나타날 확률이 70%까지 높아지는 특징을 보인다”면서도 “최근엔 대외 이벤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향후 미국발 충격으로 인한 하락 압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올 1월엔 과도했던 기대 심리가 정상화되면서 주식시장의 차익 매물 소화 과정이 불가피하다”며 “코스피 2600선 이상에서는 추격 매수를 자제하고 배당주와 내수주 비율을 확대해 수익률을 방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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