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바뀌는 금융정책···여야 합의도, 조세정의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발언은 공매도 전면 금지, 대주주 주식양도소득세 완화에 이어 정부가 또 한 번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정의에 어긋나는데다 대통령 의중에 따라 예고없이 정부 정책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부가 스스로 정책 신뢰성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2일 오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개최된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2022년 금투세 시행시기를 2년 유예하기로 했지만 당시에도 2025년 시행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았다. 금투세를 도입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금투세 폐지가 국정과제였기 때문이다. 금투세 도입 2년 유예는 거센 반대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일 뿐 결국에는 금투세 폐지를 밀어부칠 것으로 봤다.
금투세 폐지는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부과기준을 야당과 협의없이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지 12일만에 나왔다. 때문에 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의식했 듯이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투자협회 등에서 받은 ‘국내 주요 5개 증권사의 투자자 손익 및 양도차익 현황’ 자료에 따르면 1년에 금융투자 소득이 5000만원이 넘는 개인 투자자는 전체의 1%도 되지 않았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낸 투자자 비중은 0.9%에 불과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통령이 부자감세 논란에 대해 ‘구태의연하다’는 말까지 붙여가며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금융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급반전을 거듭하면서 정부가 신뢰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투세 폐지는 윤 대통의 공약이었지만, 그동안 정부는 금투세 도입 유예를 주요한 정책 목표로 삼고 있었다. ‘2023년 세제개편안’에서도 금투세는 2025년 1월 시행되는 것으로 ‘유예’를 못박았고, ‘2024 세법개정안’에서는 금투세와 관련된 개편계획이 포함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그 자체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해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투세는) 장기간 논의됐던 세제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어느정도 예상하는 방향이 있었는데 충분한 설명없이 방향을 바꿔 버리면 그것만으로 시장에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며 “당장 시급한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전문적인 논의를 거쳐 (존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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