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은 금리정책 독립성 약화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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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행이 7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같은 한국은행 금리 정책의 독립성 약화는 최근 국내 대출금리나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미국 정책금리나 채권금리에 의해 더 영향을 받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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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행이 7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1월에도 동결이 예상된다. 경기침체와 금융 부실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배경은 물가가 아직도 3%대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물가가 낮아져도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한국은행이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자본 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국은행 금리 정책의 독립성 약화는 최근 국내 대출금리나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보다 미국 정책금리나 채권금리에 의해 더 영향을 받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해도 미국 정책금리가 오르거나 내릴 것이 예상되면 시중금리는 미국 금리에 의해 변동되기 때문이다.
먼저 정책 수단이 제약받으면서 정책당국의 물가와 경기 조절 역량이 줄어들 수 있다. 금리 정책은 재정, 환율 정책과 더불어 총수요를 조절해 물가와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독자적인 금리 정책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정책당국은 경기와 물가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정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 국내 경제 상황을 우선하다가 미국 금리와의 동조화가 깨질 경우 자본 유출입으로 환율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금리 정책의 독립성 약화는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 빠질수록 더욱 심해지게 된다. 성장률이 높으면 국내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높아져 해외 투자 비중이 커지지 않지만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에는 해외 금융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금리보다 미국 금리에 더 민감하게 국내 금융시장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시장이 글로벌화될수록 은행의 자금 조달도 미국 금리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을 경우 수익률이 높은 미국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국내 채권 수요가 감소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국내 채권금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정책의 독립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정적자를 줄이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구축해 경제 펀더멘털을 튼튼히 해서 대외 신인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와 같이 미국과 금리 차이가 나도 자본 유출 우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안은 한국 경제를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성장률이 낮아질수록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금리 정책의 독립성은 약화된다.
자본 자유화가 진전된 경제에서 금리 정책의 독립성은 중요한 정책 과제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여기에 금리 정책의 독립성까지 약화될 경우 정책 수단의 제약으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독자적인 금리 정책으로 물가와 경기를 관리하기 어려워지고, 자본 유출 우려와 금융시장 불안정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한국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한국은행과 정책당국은 금리 정책의 독립성 약화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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