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은 등대에 반해 33년 바다 지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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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바다를 헤매는 선원을 위한 길잡이.
등대는 그 존재만으로도 선원들에게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김 팀장은 어릴 적부터 등대를 좋아했다.
김 팀장은 "섬에 한번 들어가면 3박4일 동안 근무를 했는데 태풍이 2개 연속으로 오는 바람에 보름을 머물러야 했다"며 "태풍이 불더라도 등대가 꺼지면 안 되니 밤새 발전기를 돌렸던 게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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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직렬 통합돼 승진 기회
10명 팀원 이끄는 최고 선임
강원도·부산 바닷가서 자라
군 제대 후 등대관리 직원 지원
"年 8개월씩 무인도서 지내며
첫째 출산·아버지 칠순 못가"
어두운 바다를 헤매는 선원을 위한 길잡이. 바로 '등대'다. 등대는 그 존재만으로도 선원들에게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이 등대를 밤새 밝히는 사람들이 '등대지기'다. 김흥수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관리팀장(56)은 33년간 우리 바다에 있는 등대를 지켜왔다. 그는 작년 마지막 날 등대 근무 직원 최초로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김 팀장은 2일 매일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승진 소감을 묻는 말에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5급(사무관)이라는 자리, 팀장이라는 자리가 무겁지만 현실에 더 충실하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사무관 정원이 없던 등대지기는 승진이 아예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기존 등대관리직렬이 해양교통시설직렬로 통합되면서 사무관 정원이 생겼다. 그 덕분에 첫 사무관 승진의 주인공으로 김 팀장이 선택됐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수산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어릴 적부터 등대를 좋아했다. 등대와의 첫 만남이 또렷하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따라간 동해안에서 절벽 위에 우뚝 솟아 있는 등대를 그는 처음 봤다. 김 팀장은 "절벽 위에 하얗게 우뚝 솟아 있는 '속초 등대'를 보고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군대 제대 이후 우연히 군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등대지기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라 언제나 바다가 곁에 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처음 근무한 등대는 우리나라 최서단 격렬비열도 등대였다. 충남 태안에 있는 이 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다. 김 팀장을 포함해 동료 4명이서 등대를 지켰다. 외부 사람을 보는 일은 한 달에 한 번 배급선이 올 때뿐이었다. 1년에 8개월을 섬에서 지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으로 옮겨 오륙도 등대지기를 할 때 일이다. 김 팀장은 "섬에 한번 들어가면 3박4일 동안 근무를 했는데 태풍이 2개 연속으로 오는 바람에 보름을 머물러야 했다"며 "태풍이 불더라도 등대가 꺼지면 안 되니 밤새 발전기를 돌렸던 게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등대를 사랑하는 그지만 결혼하고 가족이 생기니 미안한 일들이 생겨났다. 1996년 첫아들이 태어날 때 그는 바다 한가운데 있었다. 육지로 돌아와 보니 아내는 이미 출산한 후였다. 아버지 칠순을 못 챙겨드린 것도 김 팀장은 두고두고 아쉽다. 그는 "오륙도에서 제가 사는 부산 영도가 보이는데, 보이는데도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며 웃었다. 막내 등대지기였던 그는 어느덧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대지기 가운데 최고 선임이 됐다. 작년 10월부터 항로표지과 관리팀장을 맡은 그의 밑에는 등대지기 10명이 속해 있다.
새해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 팀장은 "부산항이 우리나라 물동량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항로표지(등대)를 꼼꼼하게 관리해 선박들이 안전하게 항해하도록 도와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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