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트럼프 상호주의의 불안한 재등장

2024. 1. 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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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새해 벽두의 화제다.

그가 국내 경제정책뿐 아니라 대외관계나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 조 바이든 정부와는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불공정하고, 불균형적이고, 비(非)상호주의적인 무역을 만든 WTO와 공산주의 중국의 경제적 침략이 함께 미국의 제조업과 국방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각국이 양자 사이에 동일한 무역과 투자의 조건을 제공하자는 상호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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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과 트럼프 대선 캠프
세계무역기구를 적대시
최혜국 원칙도 폐지공약
모든 국가 욕심껏 분쟁하는
정글화·비용증가 우려돼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새해 벽두의 화제다. 그가 국내 경제정책뿐 아니라 대외관계나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 조 바이든 정부와는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미 1기 트럼프 정부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미·중 분쟁 국면을 주도적으로 형성했다. 그 기조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그 점에서는 오히려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공화당 대선 캠프에서는 중국 말고 또 하나의 적을 만들고 있다. 놀랍게도 그 새로운 적은 바로 세계무역기구(WTO)다. "불공정하고, 불균형적이고, 비(非)상호주의적인 무역을 만든 WTO와 공산주의 중국의 경제적 침략이 함께 미국의 제조업과 국방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개인의 극단적인 의견이 아니다. 권위와 전통을 가진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제안하는 공화당 집권 공약의 일부다.

이들은 미국의 무역적자야말로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주범이라고 본다. 중국 등 외국이 불공정한 무역을 통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얻을 뿐 아니라 이 돈으로 다시 미국의 핵심 자산과 산업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사들여서 정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유무역을 통해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과 자유무역 원칙은 상아탑에서나 작동하는 학술적 결론이며, 현실에서는 미국의 제조업, 농가, 목장, 노동자를 약화시키는 중국 등의 선전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폄하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지난 수백 년간 국제무역의 기본원칙으로 정립되어 온 최혜국(MFN·Most Favoured Nation) 대우 원칙을 폐기하고 상호주의(reciprocity)를 국제무역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혜국 대우란 수입국이 자국 영역으로 들어오는 모든 외국 상품을 제3국의 상품보다 불리하지 않게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회원국에 부여한 이익 또는 특혜를 즉시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다른 모든 회원국의 동종 상품에 부여하여야 한다'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1조와 같은 얘기다. 풀어 말하면 한 나라가 다른 모든 외국을 서로 차별 없이 대우하라는 것이고, 이 간단한 원칙이 바로 WTO의 출발점이자 자유무역 이익을 실현하는 열쇠다. 그런데 미국 공화당은 지금 이 최혜국 대우와 WTO 체제가 중국의 경제적 침략만큼이나 미국을 위협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각국이 양자 사이에 동일한 무역과 투자의 조건을 제공하자는 상호주의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과 중국을 공평하게 대하는 것(최혜국)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한국과 미국 양자 사이에도 정확히 동일한 교역과 투자 여건이 형성(상호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주의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둘 사이에 동등한 룰을 적용하자는 데 토를 달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는 세상에 서로 대등한 두 나라만 있을 때나 합리적이다. 현실에서는 힘이 있는 쪽의 말만 먹히고 약한 쪽의 말은 먹히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모두가 합의한 최소한의 규범으로 운영되던 다자질서가 무수하게 많은 양자협상으로 환원될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상호주의 아래서는 모든 나라가 모든 나라와 욕심껏 분쟁하게 된다. 정원이 정글로 바뀌고 거래비용이 한없이 늘어난다. 트럼프의 복귀보다, 미국의 정당과 여론이 미국에만 좋다면 세상을 다시 정글로 만들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 그리고 그것이 상호주의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이 세상에 똬리를 틀고 자리를 잡을까봐 겁이 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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