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피습’에 정치 일정 일부 중지···한목소리 쾌유 기원

윤 대통령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 발생”
김진표 국회의장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한동훈 “치료상황 보고 방문 일정 조율”
이낙연 “충격·분노”···이준석 “용납 불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일정 중 흉기 습격을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태운 구급차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한 2일 여야가 일부 일정을 취소하며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고 폭력 행위를 규탄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대치도 연기된 모양새다. 여야는 총선을 99일 앞두고 발생한 제1야당 대표 테러가 불러올 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의 피습 소식이 알려진 후 이날 오후 6시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일정 참석을 취소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일정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는 등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 사회에서 절대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라며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전과 대구에서 열리는 시·도당 신년인사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한 위원장의 발언마다 연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년 기념 건배 제의나 떡 커팅식 등도 생략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전에서 열린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방문에 대해 “제 마음은 당연히 언제든 (행사를) 중단하고 가고 싶은데 이런 상황에서 방문하는 게 빠른 회복에 꼭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치료상황을 보고 그쪽 일정에 잘 맞춰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후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뒤에 모인 지지자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역시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며 일정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의원님들께서는 동요하지 마시고, 대표님의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에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오는 3일 의원총회에서 자세한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전했다. 김용민·전용기 의원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언론사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피습으로 인해 연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이날 오찬도 취소됐다. 이 대표가 당내 분열과 관련한 조언을 구할 것으로 예상됐던 터였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통화에서 “대표의 상태는 어떻나”라고 물은 뒤 “지금은 대표를 모시고 가서 수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일에 최선을 기울여달라”고 전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SNS에서 “이 대표 피습 소식에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쾌유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번 주 안에 탈당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대표의 피습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 선언 일정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 안에 잔류, 탈당, 신당합류 등 거취를 밝히려 했던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의 입장 발표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 모임 관계자는 “입장 발표는 일단 보류할 것”이라며 “이번 주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가동 중인 여야 협의체도 회의가 연기됐다.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공지를 통해 “예정돼있는 여야 2+2 협의체는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여 연기됨을 알린다”고 전했다. 회의 취소는 민주당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은 이날 정부로 이송되지 않았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통상적인 절차가 원래 일주일 이상 걸린다”며 “법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국회 표결 직후 브리핑에서 쌍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회복을 기원하고 폭력행위를 규탄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우리 사회가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런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날 입장문에서 “제1야당 대표가 흉기 테러를 당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며 강력히 규탄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장은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바란다”며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명백한 정치 테러”라며 “일국의 유력한 대권주자이자 제1야당의 당수를 향한 공격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가칭 개혁신당을 창당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생각이 다르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어떤 경우에서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 상대에 대한 증오가 우리 공동체를 사로잡아서는 안 된다”며 “이 대표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