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에 숨죽인 與…'테러 규탄' 한목소리·일정 최소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피습을 당하자 여당은 예정된 일정을 최소화하고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예를 갖췄다. 새해 벽두 벌어진 불의의 사고와 관련해 혹시라도 구설수에 오를까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첫 전국 순회 1일차에 돌입하던 중 '국민의힘 대전시당 2024 신년인사회'에 앞서 이 대표의 피습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님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또 신년인사회에서 "야당 대표가 백주대낮에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우리는 이상한 사람 몇몇이 이상한 짓을 한다고 해서 흔들릴 정도의 민주주의를 가진 나라가 아니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진영이나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굳건하게 하기 위해서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엄정한 사실 확인과 처벌을 우리 모두 요구하는 것,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 그리고 마치 만약 제가 피습당했을 때처럼 생각해 주시는 것, 그것이 국민의힘이란 수준 높은 정당, 수준 높은 시민들이 동료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원이나 지지자들을 향해 상대 당 대표의 불의의 사고에 정치적인 유불리 계산을 자제하고, 인간적인 대응을 해주기를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재명 당 대표님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국민의힘 의원님 모두는 저와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이 대표의 쾌유 기원 외에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여권 인사들도 일제히 불의의 폭력 행위를 강력규탄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생각이 다르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어떤 경우에도 용납해선 안 된다"며 "이 대표의 무사, 무탈과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수사기관은 이번 일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서 "마치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표가 피습 당한 사례를 연상시킨다"며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검투사 정치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고 했다. 또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기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6시 예정된 '2024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예기치 않은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일정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전·대구 방문 중인 만큼 당장 이 대표 위문에 나서지 않았지만, 향후 이 대표가 치료받고 있는 서울대병원에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한 위원장은 3일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참석과 4일 광주 방문이 예정돼 있는데, 아직 이 일정에 변동은 없다고 국민의힘은 밝혔다.
국회 원내 일정도 일정 부분 영향이 불가피하다. 여야는 이날 오후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가동한 '2+2 협의체'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다음주로 미루기로 잠정 합의했다.
쌍특검(김건희 여사·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 법안은 이르면 이날 정부에 이송돼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전망이었으나 이송이 미뤄지면서 국무회의 안건에서 빠졌다. 이 대표의 피습이란 변수가 생기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가며 거부권 행사를 즉각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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