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칼 피습 박근혜, 둔기 맞은 송영길...정치인 피습 수난사
4월 총선을 3개월여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으로 국내외 유력 정치인들의 과거 테러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선거를 앞둔 지역 방문이나 유세 등 공개 일정을 소화하던 중 피해를 입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정치인 피습 사건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건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커터칼 테러'다.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여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을 위해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세에 참가했던 박 당시 대표가 괴한 지충호로부터 얼굴을 공격당한 사건이다. 범인은 10cm가량의 커터칼로 박 대표의 오른쪽 뺨을 공격, 11cm 길이의 상처를 입혔다. 다행히 흉기가 경동맥과 안면신경을 비껴 나가면서 박 대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박 전 대표는 병원에서 깨어난 후 "대전은요?"라며 선거 상황을 살펴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서울·경기·대전 등 광역자치단체 12곳을 휩쓸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지씨를 살인미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지씨는 징역 10년형을 확정받았다.
최근인 2022년에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이 있었다. 제20대 대선을 이틀 앞둔 3월 7일, 송 전 대표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중 70대 유튜버로부터 둔기로 후두부를 3차례 가격당했다. 송 전 대표는 병원으로 이송돼 뒷머리를 5바늘 꿰매는 봉합수술을 받고 다음 날 퇴원했다.
수사 당국은 이른바 민족해방(NL)계 성향을 가진 범인이 “한미연합훈련 재개에 대한 불만이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의 분열이었던 셈이다. 그 결과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위기의 순간을 경험했다. 2020년 4ㆍ15 총선을 앞두고 참석한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 유세 현장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린 괴한이 구속됐다. 출마지인 서울 광진구에서 차량 선거운동을 벌이던 중에는 괴한이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접근하던 중 경찰에 제지되기도 했다. 괴한은 경찰에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수면에 방해돼 홧김에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란에 맞거나 주먹으로 폭행당한 사례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농민대회에서 연설하다가 청중 사이에서 날아온 달걀에 아래턱을 맞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경기 의정부시에서 대선 유세를 하다가 승려 복장을 한 중년 남성이 던진 계란을 허리에 맞았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단식 농성 중에 지지자라며 다가온 30대 남성에게 주먹으로 턱을 가격당했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제주도 제2공항 건설 문제 토론회 도중에 지역 주민에게 얼굴과 팔 등을 폭행당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1999년 일본 방문을 위해 김포공항을 찾았다가 붉은 페인트가 든 계란을 맞았다.
정치인에 대한 공격은 국내뿐이 아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일본 참의원 총선을 이틀 앞둔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에서 후보자 지원 유세 도중 사제총기에 피격돼 숨졌다. 저격범은 아베 전 총리의 후방 3m까지 접근해 사격을 두 번 했으며, 아베 전 총리는 결국 심장 손상 및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수사 당국은 범인이 아베 총리가 특정 종교단체에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에 앙심을 품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2018년 9월 선거 유세 도중 좌파정당 지지자의 흉기에 복부를 찔리기도 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됐고 정신질환자로 확인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대선후보 TV토론 등에 참가하지 못했고 이후 수차례 수술을 해야만 했다. 사건으로 보수층 유권자가 결집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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