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회룡포·용마산·용궁사... 청룡의 기운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곳은?
상상의 동물 용은 수많은 신화 설화 전설에 등장한다. 전국에 용과 관련한 지명이 셀 수 없이 많다. 청룡의 해, 용 같은 힘과 기운으로 새롭게 출발하자는 다짐이 넘친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관광재단이 추천하는 갑진년에 가볼 만한 명소를 소개한다.
경북 예천 용궁면은 지명대로 용의 고장이다. 내성천이 낙동강에 합류하기 전 크게 휘돌며 형성된 회룡포마을이 상징적이다.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회룡포가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회룡대)가 위치한 곳은 비룡산, 가는 길에 용왕각과 용바위도 있다. 전망대에 서면 강물이 350도 마을을 감싸며 흐르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회룡포마을에 들어가려면 뿅뿅다리를 건넌다. 공사장에 쓰는 철판다리로 구멍이 숭숭 뚫렸다. 제방과 마을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충남 홍성의 용봉산(381m)은 바위 봉우리가 거침없이 나아가는 용과 상서로운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는 곳이다. 용봉사와 악귀봉, 노적봉, 정상 등을 두루 거치면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용봉사 지장전 뒤로 난 길로 조금 올라가면 약 4m 높이의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이 나타나고, 악귀봉 가는 길에는 삽살개바위, 두꺼비바위, 물개바위 등이 있다. 노적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에선 바위틈에 뿌리 내리고 누운 듯 자라는 소나무, 행운바위와 솟대바위 등을 지난다. 정상 표석 주변에선 병풍바위와 악귀봉, 노적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 해동용궁사는 바닷가 바위 지대에 얹힌 사찰이다. 새해 첫날은 물론 사시사철 일출을 보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해돋이 명소다. 용 머리를 닮았다는 용두암을 비롯해 사찰 곳곳의 전각과 조각상을 이으면 꿈틀거리는 용의 모습이 그려진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는 해수관음대불은 사찰의 백미다. 오전 4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하고 입장료는 없다.
전남 고흥 용암마을에는 영남용바위가 있다. 먼 옛날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바로 영남용바위다. 이곳부터 고흥우주발사전망대까지 해안 탐방로 ‘미르마루길’이 조성돼 있다. 길이 약 4km로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탁 트인 바다를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서울에도 용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명소가 많다. 중랑구 용마산은 대표적인 조망 명소다. 한강 주변 서울 도심의 화려한 풍경과 성벽처럼 도심을 감싼 북한산 능선까지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용마산에는 아기장수를 기다리던 용마 설화가 전해진다. 산 정상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중곡동 뻥튀기공원에서 시작한다. 팔각정을 지나 정상 아래 덱 전망대에서 멋진 해돋이를 조망할 수 있다.
양천구의 용왕산 역시 해맞이 명소다. 옛 지도에는 엄지산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아랫마을 어느 노인이 용으로 변신한 뒤 왕이 되려는 것을 알고 임금이 화살로 죽인 후 용왕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해발 78m의 낮은 산으로 염창역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걸어서 30분이면 충분하다.
동작구 용양봉저정은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북쪽으로 높은 산봉우리가 펼쳐지고 동쪽에서 한강이 흘러드는 지세가 용이 머리를 쳐들고 봉황이 날아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으로 조선 정조가 직접 지었다. 아버지 사도세자 능에 참배하러 갈 때 배다리를 설치해 한강을 건넌 후 잠시 휴식하던 곳이었다. 용양봉저정에서는 한강대교와 노들섬이 발아래 펼쳐진다. 정조가 보았던 산세 대신 지금은 고층 빌딩이 숲을 이뤘다. 노을이 지면 용산과 여의도 일대 야경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신용산역부터 삼각지역으로 이어지는 골목은 ‘용리단길’로 불린다. 골목마다 이색적인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며 소위 ‘힙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수많은 음식점 중 터줏대감은 베트남 음식점 ‘효뜨’. 사골과 양지로 12시간 이상 끓인 소고기 국물에 푸짐한 해산물과 동남아의 향신료를 가미한 쌀국수, 돼지고기를 장시간 우려 얼큰하고 시원한 국밥 등이 인기 메뉴다.
관악구 청룡산 인근의 샤로수길도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명소다.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낙성대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목으로, 서울대의 상징인 '샤' 조형물에서 이름을 땄다. 일본 라면 전문점 ‘멘쇼우라멘’, 품격 있는 인테리어와 조명으로 분위기를 살린 ‘황홀경’ 카페 등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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