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2천억 대작 '미키17' 천만 감독 류승완 '베테랑2' 출격
'기생충' 이후 차기작으로
복제인간 다루는 봉감독
형사·범죄물 대가 류감독
9년만에 후속작 메가폰
오컬트 귀재 장재현 '파묘'
우민호 '하얼빈'도 기대
영화의 중심(中心)이 아직도 카리스마 뿜어대는 영화감독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영화산업에서 차지하는 연출자의 무게감은 과거에 비해 감소됐고, 감독은 점점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중이다. 하지만 영화의 색깔, 서사의 방향, 신(scene)의 배치를 결정하는 영상미학으로서의 영화 창조주는 여전히 감독이다. 게다가 감독은 '돈과 사람'까지 컨트롤해야 한다. 자본력과 인력의 가치를 스크린에서 최대치로 뽑아내야 하는 사명은 감독만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새해에도 객석을 홀릴 '흥행 마에스트로' 명(名)감독 영화가 극장에 출격한다. 봉준호의 첫 우주영화부터, 오컬트 영화의 귀재 장재현까지 올해도 성찬이다. 개봉을 앞둔 한국 감독의 영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첫 주자는 봉준호 감독이다. '기생충' 차기작이니 설명조차 불필요하다. 봉 감독은 SF영화로 '괴물' '설국열차' '옥자'를 연출했는데, 신작 '미키17'은 봉 감독의 첫 번째 우주영화다. 알려진 제작비는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수준이니 사이즈를 짐작할 만하다. '인터스텔라' 1억6500만달러, '그래비티' 1억달러, '마션' 1억800만달러였다고 하니 '미키17'의 무게감은 상상을 넘어선다.
영화 주인공은 행성을 개척하는 복제 인간 익스펜더블(expendable·소모용이란 뜻)이다. 익스펜더블이 사망하면 다음 익스펜더블이 '전임자의 기억'을 주입받아 투입된다. 영화는 익스펜더블 '미키17'의 추락 후 벌어진 일을 다룬다. 아직 죽지 않았는데, 다음 익스펜더블이 등장한다. '같은 기억을 가진 타인의 존재'란 철학적 주제는 심오하고, 인간과 하층민 익스펜더블의 계층관계는 '기생충'의 정서를 이을 전망이다.
으스스한 행성을 봉 감독이 거니는 사이, '한국형 오컬트 귀재' 장재현 감독은 무덤가를 어슬렁거린다. 오컬트(Occult)란 '초자연적'이란 뜻으로, 오컬트 영화는 주술과 악령을 다룬다. 꼴통 신부와 가톨릭대 '7학년생' 보조사제가 여고생의 몸에서 구마의식을 펴는 '검은 사제들', 영월의 여중생 사망사건과 신흥종교 사슴동산을 추적하는 '사바하'로 장 감독은 세계 오컬트 영화의 최고 기대주다.
그의 신작 '파묘'는 LA에 거주하는 가족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들은 고향의 조상 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주연은 배우 최민식으로, 명감독과 명배우의 만남이다. 장 감독의 오컬트 영화는 학술적 논의로도 이어지는데, 그의 영화가 대부분 '소녀의 몸에 깃든 악령'을 주제화한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악령이 깃든 영신도, 영월의 여중생 사체가 그랬다. '파묘'에서도 동일한 주제의식이 이어질까.
우주와 오컬트 너머, 좀 더 현실적인 무대의 설계자는 류승완 감독이다. 류 감독은 코로나19 기간엔 '모가디슈'로, 또 작년엔 '밀수'로 객석의 온도를 달궜다. 하지만 류승완표 영화의 특장점은 따로 있으니, 바로 '형사물'이다. '부당거래' '베테랑1'은 형사들이 뽑은 최고 영화로 꼽힌다고 전해진다. 신작 제목은 '베테랑2'다. 서도철 형사(황정민), 오팀장(오달수), 미스봉(장윤주)이 1편과 동일하게 출연하는 가운데 배우 정해인의 출연 소식은 뜨거운 화제였다.
류 감독의 빌런과 주인공, 주변인물의 입을 통해 영화마다 배치하는 대사는 언제나 뇌에 콕 박혀 여진을 남긴다. "어이가 없네?"(베테랑1),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줄 알아요"(부당거래)에 이어 류 감독이 또 어떤 촌철살인급 대사로 객석을 웃고 화나게 할지 기대를 모은다.
형사물 대가이자 범죄극 신기원을 이룬 우민호 감독은, 이번엔 '역사상 가장 잘생긴 안중근'을 데리고 귀환한다. 신작 '하얼빈' 주인공은 배우 현빈이다. 개봉일자는 미확정이지만 촬영이 작년 3월 끝난 것으로 알려져 올해 개봉이 유력하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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