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총선에 미칠 파장은…"누가, 왜" 정치권 '촉각'

정재민 기자 김경민 기자 2024. 1. 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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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재명' 왕관 쓴 60대 피의자, 신분에 따라 다양한 해석 가능
국힘 관련자면 '윤정부 심판론'. 비명계 관련자면 '이낙연 신당 제동' 관측
이재명 대표는 2일 오전 10시27분쯤 부산 일정을 소화하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60대 남성이 '내가 이재명'이라고 쓴 왕관을 쓰고 접근해 "사인해달라"고 요청한 뒤 흉기로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찔렀다. 이로 인해 이 대표는 목 부위에 1.5㎝가량 열상을 입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재민 김경민 기자 = 총선을 100일도 남기지 않은 2일 제1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하면서 총선에 미칠 파장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건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여야는 모두 숨을 죽인 채 사건 향방을 바라보고 있다.

전문가는 60대 피의자의 '신분'이 관건이라며 섣부른 예측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어느 정당 지지자에 따라 선거에 미칠 영향이 다를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오전 10시27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한 뒤 지지자들과 만나던 과정에서 '내가 이재명'이란 왕관을 쓴 60대 남성에게 습격을 당했다.

여야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이런 폭력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당부했다.

자연스레 시선은 과거 '피습' 선례로 흘렀다. 과거엔 박근혜 전 대통령, 송영길 전 대표 등이 공개 일정을 소화하던 중 습격을 당했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은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중 지모씨가 휘두른 커터칼에 턱밑 부위 자상을 입었다.

지난해 3월에는 송 전 대표가 신촌 거리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 지지를 당부하던 중 '표 삿갓'으로 알려진 민주당 지지성향 유튜버로부터 둔기로 뒷머리를 몇 차례 가격당했다.

이에 총선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방송인터뷰에서 "정치판이 흔들릴 수 있는 커다란 변곡점이 될 거라 본다"고 밝혔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피습 이후 "대전은요?"라는 발언으로 당시 한나라당의 유례 없는 압승을 이끌어낸 반면 송 전 대표는 붕대, 목발 투혼을 발휘했지만, 별다른 파급 효과를 내진 못했다.

정치권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야당 대표가 테러로 희생당한 사건의 민감성 때문이다. 야당이 이를 정치적 이익으로 연결시키려 하거나, 여당이 책임론을 지나치게 의식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의원들에게 대표의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한 "이 대표의 쾌유 기원 외에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6시 2024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분당의 정점에 섰던 민주당 내 목소리도 모처럼 잦아들었다. 신당 창당을 공식화 한 이낙연 전 대표는 이 대표의 피습에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고 했고, 이르면 이날 이 대표를 향해 최후통첩을 할 것으로 전해졌던 비주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또한 이 대표의 쾌유를 빈 채 최후통첩 기한을 늘렸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은 용의자의 신분과 범행 동기가 무엇인가에 따라 정치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짚었다. 용의자가 국민의힘 관련자라면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거세지고, 반대로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관련자라면 '이낙연 신당'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1에 "만약 용의자가 보수 쪽일 경우 여론은 정치적 해석을 할 수 있다"며 "여권에서 이 대표를 맹공하는 정치적 발언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것이 분노를 유발했다는 프레임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또 "비명계를 지지했던 용의자라면 민주당 내부에서 비명계에 대한 압박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피의자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총선 영향을 내다보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과거 사례와도 비교가 어렵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피습 현장이 부산이라는 점에서 이 지역여론의 흐름도 관심이다. 민주당 약세 지역인 부산에 동정 여론이 일 가능성도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문재인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이 공을 들여온 사업과 관련이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에게 불만을 품은 일반 시민일 경우 사건 현장인 부산 내에서 이 대표를 격려하는 여론이 더 많아질 수 있다"며 "수도권 민심도 동정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3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한 뒤 지지자들과 만나던 과정에서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을 쓴 한 중년 남성에게 공격당했다. 용의자는 이 대표의 목을 겨냥해 자상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피습당한 경우는 여럿 있었다. 대외적으로 공개된 일정을 소화하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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