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보려다 36만원 날렸어요"…암표 기승에 콘서트 취소까지

김지성 기자, 이지현 기자, 김지은 기자 2024. 1. 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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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씨(32)는 지난달 말 그룹 데이식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티켓을 양도받으려다 사기를 당했다.

이씨는 "데이식스 멤버들이 군대 제대 후 4년 만에 완전체로 여는 공연이었기에 꼭 가고 싶었다. 티켓팅에 실패해 양도받으려다 사기를 당했다"며 "팔로워 수 1000명이 넘는 판매자가 예매 내역을 보여줬고 '더치트'라는 사기 조회 사이트에도 계좌 조회가 안 돼 사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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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는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크리스마스 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 : 유 아 마이 데이'를 개최했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티켓 양도 사기로 36만원 잃고 경찰서 다녀왔어요. 행복해야 할 연말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

직장인 이모씨(32)는 지난달 말 그룹 데이식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티켓을 양도받으려다 사기를 당했다. 티켓 판매자가 돈만 받고 SNS 계정을 차단하고 잠적하면서다.

이씨는 "데이식스 멤버들이 군대 제대 후 4년 만에 완전체로 여는 공연이었기에 꼭 가고 싶었다. 티켓팅에 실패해 양도받으려다 사기를 당했다"며 "팔로워 수 1000명이 넘는 판매자가 예매 내역을 보여줬고 '더치트'라는 사기 조회 사이트에도 계좌 조회가 안 돼 사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말연시 공연이 늘면서 티켓 양도 사기, 암표 등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티켓 시장에서 가수의 팬은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다 보니 티켓 판매자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인 데다 티켓값을 선입금을 하고 티켓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열린 SBS '가요대전'의 티켓을 팔겠다고 속인 뒤 잠적한 판매자 A씨가 지난달 27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A씨는 '가요대전' 티켓을 팔겠다고 SNS에 글을 올린 뒤 피해자들에게 돈을 입금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룹 데이식스 공연 관련해서도 티켓 사기 피해자가 우후죽순 발생했다. 티켓 양도 사기를 당했다는 이들이 모여 만든 오픈채팅방에만 20명이 속했다. 피해 금액은 인당 15만원에서 36만원까지로 전체 피해액은 수백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수 장범준은 암표 문제로 오는 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개최 예정이었던 소극장 콘서트 예매분 전체를 이날 취소했다. 장범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진행된 그룹 데이식스 공연 사기에 이용된 게시글과 대화 내용. /사진=독자 제공

암표 사기 피해는 매해 급증하는 한편 판매자 검거와 피해액 변제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359건이던 공연 암표 신고는 2021년 785건, 2022년 4244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 관계자는 "(암표 등) 오프라인 사기는 사실관계 파악이 불명확해 기망행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검거된다고 하더라도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무제한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과거보다 인터넷 뱅킹 계좌 개설이 쉬워지면서 여러개의 계좌를 개설, 삭제를 반복하는 사기 수법이 늘어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 은행 협조 없이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지급정지 신청도 어려워졌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은행의 협조를 구해야만 범죄에 이용된 계좌의 지급 정지를 할 수 있는데 온라인 사기는 영장을 받기 어렵다"며 "사기에 쓰인 개인정보 등으로 계좌 개설을 쉽게 하지 못하도록 은행, 플랫폼에서 제한을 두는 식의 자체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암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매크로(자동입력반복)를 이용한 입장권 부정 판매를 금지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개정 공연법이 오는 3월 시행된다. 그러나 매크로 사용을 일일이 잡아내기는 쉽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법이 앞장서서 막았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그러지 못해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대중 스스로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자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뿐 아니라 가수, 기획자 등 가요계 역시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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