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권'이라지만…451억 안 갚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악재?'(종합)

핵심요약

오는 11일 제 1차 채권단협의회…워크아웃 개시에 악재될까
외담대 451억원 아직 상환하지 않아…'금융채권'이지만 신뢰 저하 문제
티와이홀딩스, 매각 자금 일부 태영건설에 대여 약속 지키지 않아
정부, 채안펀드 규모 확대 검토 중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박종민 기자

태영건설이 최근 만기가 도래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수백억원을 상환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오는 11일 제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되는 가운데 악재가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중 외담대 451억원을 아직 상환하지 않았다. 외담대는 원청업체가 구매 대금을 현금 대신 외상매출채권으로 지급하면, 납품업체가 은행에서 이를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돈을 받는 것이다.

태영건설의 협력업체는 외담대를 통해 돈을 받았지만 외담대를 실행한 은행이 아직 태영건설로부터 상환을 받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외담대는 금융채권으로 볼 수 있다"면서 "상거래 채권에 대해서는 태영건설 측에서 정상적으로 상환하겠다는 입장이고, 은행 입장에서 금융채권의 경우 유예를 해 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담대도 워크아웃 협약 채권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담대를 제공했던 일부 은행은 협력업체에 "대신 갚으라"는 소구권(상환청구권) 행사를 통보한 것으로 나타나며 혼란이 일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은행연합회 지침에 따라 소구권 유예를 안내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협력업체에 대해 소구권 행사 유예를 하지 않으면서 해프닝이 있었다. (소구권 유예를 안내했지만) 이번 상황에 대해 특별히 유예한 것은 아니고,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은행연합회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워크아웃이 흔한 일은 아니다 보니 금융권 담당자들의 이해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물음표가 달리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도 워크아웃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태영건설이 외담대를 정상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그러나 예측과는 달리 상환하지 않은 상황이다.

태영건설이 외담대를 계속 상환하지 않으면 협력사가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자금난이 생길 수 있다.

태영그룹은 계열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에 사용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원에 매각했는데, 이 중 지분 40%를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몫은 960억원이고 나머지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60% 몫은 1440억원이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이렇게 확보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에 자금 운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1133억원을 1년간 대여해주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자금 일부를 아직 태영건설에 대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금융당국 관계자는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를 앞두고 (워크아웃 개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일단 공시의무를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 제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이 진행되기 위해선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발 위기'가 건설업계와 금융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해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채안펀드의 최대 운용 규모를 현행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한편 건설사가 발행하는 회사채 등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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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p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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