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명칭만 바뀌고 기간은 동일…"계도기간 끝났어도 현장은 그대로"
업계 "소비자 문제 제기에 제조사가 전부 책임, 부담 느껴"
[서울=뉴시스]구예지 기자 = 지난해 1월 도입된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계도 기간 1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분쟁 위험성 등을 이유로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에 큰 차이를 두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소비기한 표시제도 계도 기간이 종료됐지만 대다수 품목의 경우 소비기한과 유통기한 사이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의 경우 라면은 유탕면, 건면 모두 6개월이었던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뀐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스낵 27종에 한해 유통기한에서 1개월 늘어난 7개월이 소비기한이 됐다.
오뚜기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프레스코 스파게티 소스의 소비기한은 12개월로 기존 유통기한과 다르지 않다.
3분 쇠고기 짜장의 소비기한은 24개월, 양송이 컵스프는 12개월로 유통기한과 동일하다.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겠다고 계도 기간까지 뒀지만 현장에서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유통기한은 식품 품질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인 품질안전한계기간의 60~70%로 설정하는데, 소비기한은 80~90%로 한다.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길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분쟁 가능성으로 인해 식품업계에서는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에 차이를 두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유통기한보다 늘려서 소비기한을 표기했는데 그 과정에서 제품상의 하자가 발생해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제조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소비자의 보관 상태에 따라 품질 유지 기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제조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 소비기한을 적용해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기한을 바꾸면서 드는 비용 역시 문제다. 적절한 소비기한을 찾기 위한 연구개발이나 포장지 등에 기재하는 내용을 바꾸는 것 모두 비용이 든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계도기간을 주기는 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기한을 계산해 표기를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기한에 친숙해진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도 있었다. 기업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고 기간을 늘린다고 제도가 현장에 바로 안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은 안 지났지만 유통기한은 지난 식품을 먹는 것에 거리낌을 느끼는 사람이 아직 많다"며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는데 기업이 총대를 메고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30년부터 소비기한이 적용되는 유업계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비기한이라는 명칭은 도입하고 있지만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유업계 관계자는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명칭만 바뀌고 기간 등은 그대로"라며 "소비자 분쟁, 비용 등을 감수하고 굳이 기간을 바꿀 필요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체에서 소비기한에 차이를 두지 않고 있는 만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에서도 계도기한 종료에 큰 의의를 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에서 소비기한으로 명칭을 바꿔서 들어오면 그것을 확인할 따름"이라며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선다거나 품질을 더 꼼꼼히 본다거나 하는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관계자 역시 "소비기한이 안 지났다고 해도 마트 자체적인 품질 기준에 못미치면 폐기처분되고 있다"며 "정부의 제도가 바뀌는 것과 마트의 품질관리, 매출·이익에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소비기한 제도 도입 자체는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길기 때문에 폐기처분되는 식품 양을 줄여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측면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만 "제도의 의미와 현실 적용엔 차이가 있다"며 "계도기간 이후에도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발현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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