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새해 '위기 속 혁신' 이룰 키워드는

나원식 2024. 1. 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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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환경 악화 우려 한목소리…"위기는 혁신 엔진"
AI 기술 확산 '주목'…"일하는 방식 획기적으로 바꿔야"

국내 재계 총수들이 갑진년(甲辰年) 신년사를 통해 새해 경영 환경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냈다. 위기를 혁신의 엔진으로 삼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최근 부각하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주목했다. 새로운 산업 흐름에 발맞춰 AI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일하는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래픽=비즈워치.

신년회서 첫 일정…"위기, 혁신 엔진으로"

올해 재계 총수들은 신년사를 통해 일제히 위기감을 드러냈다. 거시 경제의 흐름이 좋지 않은 데다가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탓에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 혁신과 도전으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위기를 혁신의 엔진으로 삼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며 미래산업의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은 이날 행사에서 새해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사들과 주요 그룹 총수 등 4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우리 경제인들은 언제나 위기를 혁신의 엔진으로 삼아 변화의 주역으로 일해왔다"며 "위기 앞에서 한숨을 푹 내쉬기보다는 들숨을 크게 마시고 2024년을 힘차게 달려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새해를 시작하는 이 시간, 선배 기업인들이 심어놓은 기업가정신을 되새기며 나아갔으면 한다"고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앞서 지난 1일 내놓은 SK그룹 신년사를 통해서도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새해에도 우리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느슨해진 거문고를 고쳐 맨다는 의미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를 강조했다.

삼성 "본원 경쟁력 강화" LG "차별적 가치"

총수들은 경영 환경의 위기 속에서 저마다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말 주요 총수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발표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우 '차별적 고객가치'를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단순히 남들과 다른 수준을 넘어 새로운 생활 문화의 대명사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삼성전자에서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공동명의의 신년사를 내놨다. 삼성전자가 내건 올해 최우선 과제는 기술력을 앞세운 경쟁력 강화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핵심 가치인 초격차 기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올해가 미래 산업을 주도해 가는 기회의 원년이 될 거라고 자신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지금 우리는 유례 없이 불투명한 경영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숱한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해 온 포스코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어려움을 극복해 낼 저력이 우리 안에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친환경 성장 비전을 중심으로 역량을 연마하고 시장을 개척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올해도 열악한 경영환경이 예고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그는 그러면서 "단순 생존을 넘어 글로벌 챔피언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한화만의 지향점이 필요하다"며 "차원이 다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 혁신하는 '그레이트 챌린저(Great Challenger)'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경우 올해를 '경기 침체의 시작이자 미래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기회의 시기'라고 규정했다. 허 회장은 "순조로울 때 보이지 않던 사업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나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어려운 시기에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며 "그동안 GS가 착실하게 준비해 온 신사업들이 본격적으로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기회의 시간"이라고 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지금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며 언제 위기 상황이 닥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혼돈의 시대"라면서도 "(하지만) 명확한 비전을 향해 묵묵히 우리의 과제를 실행해 나가 LS가 얼마나 강건한 기업인지 보여주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도 "모든 경영환경이 그야말로 안개 속"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더 성장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국가대표'라는 생각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 김제시 부량면 신용리 벽골제 단지에 대나무와 철골을 이용해 만든 용 모양의 구조물 뒤로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떠 오르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AI 화두…"일하는 방식 혁신해야"

올해 신년사에서는 최근 전 세계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기술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AI 관련 산업에 진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기술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눈에 띈다.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AI △Eco(에코)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 등 '미래 변화 대응력'을 갖추길 당부했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된 AI 이노베이션에 대해 "생성형 AI를 적용해 디바이스 사용 경험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 업무에도 적극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가자"고 말했다. 

허태수 회장은 GS그룹의 중심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한 DX(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과 오픈이노베이션의 현장 확산을 당부했다. 그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일선 현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혁신을 빠르게 확산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역시 "AI 발전을 비롯해 자동화·무인화·스마트화 등 디지털기술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 동력 확보는 고사하고 현재 경쟁에서도 순식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도 "SK그룹은 그린에너지와 AI·디지털, 바이오 등 인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며 "우리의 장점과 역량을 결집하고 외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간다면 이해 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토털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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