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행, 물가 저렴한 여행지에서 럭셔리 추가요
근거리 여행지 각광…가성비‧소도시 여행 주목
매년 연말이면 쏟아지는 새해 여행 트렌드 전망, 과연 어느 정도 적중했을까. 2023년 여행 트렌드에 대한 전망이 실제로는 어땠는지 톺아보고, 2024년 새해 주목할 만한 여행 트렌드 전망을 살폈다.
●근거리로 합리적 테마여행 즐겨
여러 업체와 기관이 2022년 말에 전망한 2023년 여행 트렌드의 공통 키워드는 합리적인 여행 근거리 여행 기술 도입의 가속화 지속가능한 여행 소규모 여행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들 키워드들은 과연 2023년 한 해 동안 여행의 핵심 요소로 작용했을까? 주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살펴본 결과 대체로 맞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근거리 여행의 경우 여러 데이터를 통해 2023년 여행의 주요 트렌드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카이스캐너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한국인 여행 목적지 상위 10개 국가 중 5곳이 일본과 동남아로 전체의 71%를 차지했다고 밝혔으며, 호텔스컴바인과 카약 역시 2023년 해외 호텔 및 항공권 검색량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한국인들은 3일 이내 짧은 여행 기간으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일본 및 동남아 국가들을 여행하는 숏케이션(Short+Vacation)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발표했다. 한국관광공사의 국민 해외관광객 주요 목적지별 통계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11월까지 617만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했고, 베트남(322만명)과 태국(146만명) 등 동남아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장거리 여행지는 미국(145만명)이 그나마 체면을 지켰다.
합리적인 여행도 지난해의 주요 여행 트렌드로 인정할만 했다. 여기어때는 6월에 숙박 결제가 가장 많이 이뤄졌는데, 이는 여름 성수기와 더불어 숙박 세일 페스타를 통해 합리적인 여행을 즐기려는 수요가 몰린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타이드스퀘어가 운영하는 항공·호텔 예약 서비스 카이트는 여행 시작일로부터 평균 53일전에 항공권 예약이 이뤄졌다고 전하고, 이는 미리 예약할수록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T 기술도 빠르게 적용됐다. 여행사들은 앞다퉈 생성AI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챗봇을 통해 개인에 최적화된 여행 일정과 상품을 추천하고 예약을 도왔다. 지난 11월 열린 WiT Seoul 2023에서 트립닷컴은 AI 챗봇이 전체 상담 중 75%에 달하는 간단한 요구 사항을 85%의 정확도로 해결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사들도 NDC 개발 등 IT 기술 투자에 집중했다.
소규모 테마여행의 인기는 MZ세대의 패키지여행 유입으로 이어졌다. 하나투어는 2023년 테마여행 상품이 2022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여러 상품이 출시 후 금새 마감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파크트리플은 지난해 3월 SIT팀을 신설해 다양한 콘셉트의 테마여행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SOFT'부터 'DREAMER'까지 다양
2024년 새해 여행 트렌드는 무엇일까. 부킹닷컴은 7개 테마로 2024년 여행을 전망했다. 부캐를 설정해 여행을 즐기고, 더위를 피해 떠나는 피서여행, 무계획 여행, 가성비를 겸한 럭셔리 여행 등을 꼽았다. 하나투어는 여행 트렌드 키워드로 'D.R.E.A.M.E.R'를 제시했다. 실패 없는 여행, 책임감 있는 여행, 일상 속 여행 경험, 재방문 '마니아', 새로운 여행지 '탐험가' 등의 의미를 담았다. 제주항공은 짧은 이동 거리‧여행 일정(Short), 자주 떠나는 여행(Often), 언제든 자유롭게(Free), 여행을 부르는 계기(Trigger)인 S.O.F.T 키워드를 발표했으며, 타이드스퀘어는 소도시 여행자 증가, 단거리 여행지 강세, 모빌리티 서비스와 럭셔리 상품 이용자 증가를 예측했다.
작년과 유사한 트렌드로는 단거리 여행지 강세와 책임감 있는 여행을 꼽을 수 있다. 여행사들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근거리인 일본과 동남아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특히 작년처럼 짧은 연휴가 많아 단거리 지역에 여행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에어포탈 항공통계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6,136만명이 국제선을 이용했는데, 그중 80%에 해당하는 4,891만명이 아시아 노선을 이용했다.
책임감 있는 여행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여행 트렌드로 뽑혔다. 기후변화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지속가능한 여행과 친환경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해 6월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이었다고 밝혔다. 한국도 가뭄과 폭우, 이상 기온 등 극단적인 날씨가 1년 동안 이어지면서 친환경 여행은 매해 주요 여행 트렌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가성비에 고급 더하고 소도시 여행
소도시 여행 인기는 항공 노선 다양화에 힘 입어 올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 이런 흐름을 명확하게 읽을 수 있다. 2023년 11월 항공통계를 살펴보면, 일본 오이타‧다카마쓰‧마쓰야마‧시즈오카 등 일본 소도시 노선의 탑승률이 80%를 넘어서며 고공행진했다. 항공사들이 이번 동계 시즌 일본 소도시 노선을 확대한 만큼 향후 이런 인기는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드스퀘어에 따르면, 베트남의 경우 다낭이나 하노이가 아닌 소도시 숙박 예약 비중이 전년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가성비 여행은 고급스러움까지 챙기는 여행으로 발전한다. 부킹닷컴은 한국인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올해 물가가 저렴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면서도 럭셔리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고려한다고 전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 112.74(2020=100)로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은 지난해 대비 1.6% 성장에 머물 것으로 집계돼 불경기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성수기를 피해 여행을 떠나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급 가성비' 여행을 즐길 것으로 보인다.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패키지여행도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슷한 연령대 또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떠나는 테마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행사들은 지난해 30대를 타깃으로 한 여행 상품 등을 판매한 데 이어 올해도 미술, 역사, 트레킹 등 다양한 테마로 상품을 확대하면서 그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다미 기자 dmtrip@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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