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민원 의혹’ 류희림 방심위원장, 이해충돌방지법 적용될까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셀프민원 의혹의 핵심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다. 아이러니하게도 류 위원장의 위원장 호선에 영향을 끼친 야권 추천 심의위원이었던 정민영 전 심의위원의 해촉도 당시 방심위원으로 MBC 측의 소송을 대리했다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서 촉발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셀프민원 의혹이 과거 정 전 위원 때와 달리 이해충돌방지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한 해석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인 개인정보 유출자를 공익신고자로 볼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과 연결되는 만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2일 방송계에 따르면 이번 류 위원장의 셀프민원 의혹을 두고 현행법인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는지가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으로 해촉된 정 전 위원의 사례와 비교되기도 한다.

정 전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발언을 보도해 논란이 된 외교부와 MBC의 정정보도청구 소송과 손석희 전 JTBC 대표이사의 동승자 의혹을 보도한 SBS와 MBC의 소송,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신라젠에 투자했다는 MBC의 허위보도와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에서 MBC 측을 대리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본지 보도 이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결과 이해충돌방지법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정 위원이 해촉되면서 팽팽했던 방심위 여야 구도가 재편됐고 그 결과 류 위원장이 호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셀프민원의 경우 정 전 의원의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에서 지적하는 사적 이해관계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이익 등을 이야기한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도 “이해충돌방지법의 목적이 영리 목적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정 전 위원의 경우 방송심의를 담당하는 방심위원으로 MBC의 변론사건을 수임해 논란이 됐다.

정민영 전 방송통신심의위원.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이해충돌방지법이 제한적으로 한정된 행위만을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사적이해관계를 확대하는 경우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변호사인 한경주 경제민주화시민대연대 대표는 “이해충돌방지법 제2조 제4호는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에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고 정의한다”며 “이해충돌의 상황을 제5조 내지 제16조(공공기관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 가족채용 등)에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해충돌방지법은 영리목적 등 한정적 상황에 대해 이해충돌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공직자의 가족 지인 등이 공직자가 재직하는 공공기관 등에 민원 등을 제기하는 행위를 이해충돌이라고 해석하게 되면 공직자의 직무수행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게 한 대표의 이야기다.

한 대표는 “이번 류 위원장의 셀프민원은 이해충돌행위에 해당되지 않음이 명백할 뿐 아니라, 이러한 행위까지 이해충돌행위라고 해석하게 되면 오히려 공직자의 직무수행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게 돼 이해충돌방지법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며 “만약 이 경우까지 이해충돌행위로 해석할 경우 이는 공직자 가족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또 명백히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 내지 제16조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신고를 한 사람을 공익신고자로 볼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현재 이번 논란은 방심위가 방심위 민원인들의 정보를 유출한 성명 불상의 방심위 사무처 직원과 뉴스타파 기자, MBC 기자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혐의로 고발하기로 결정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방심위측은 개인정보 유출자에 대해 엄벌에 처할 것을 천명했고, 당초 이번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와 야당은 개인정보 유출자를 공익제보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현행법인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되지 않을 경우, 이 논란을 처음 제기한 방심위 내부 인사의 경우에도 공익제보자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23년 9월 1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하는 모습. 뉴시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위원장의 음성이 담긴 녹취록을 바탕으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의 주임 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무마해 줬다’는 취지로 보도했지만 김씨와 신 전 위원장 사이에 1억6500만원이 오갔고, 신 전 위원장이 대통령 선거  직전 언론사에 녹취록을 넘기는 등 여론조작을 위한 의도적인 보도였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뉴스타파와 MBC는 과거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이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방심위는 민원인들의 신고를 근거로 심의에 나선다. 하지만 류 위원장 측이 지인들을 동원해 민원 사주를 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당시 뉴스타파 방송과 관련한 민원은 180건으로 알려졌다. 이 중 7건이 류 위원장과 직접 관련된 지인의 민원이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하지만 현재 드러난 사실만 보면 류 위원장이 직접 가족과 지인들에게 민원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를 듣고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류 위원장의 동생의 경우 이후 민원을 취소하기도 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