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서평연대 서른두 번째[출판 숏평]
■목욕탕 도감(엔야 호나미 지음 / 네티즌 나인 옮김 / 수오서재)
새해를 전후로 사람들은 목욕탕에 간다. 예부터 해가 바뀌면 ‘한 해의 묵은 때를 벗겨낸다’는 의미에서 식구들끼리 집 안 대청소를 하거나 다 함께 모여 몸을 씻곤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보다는 이용객이 줄었다지만 요즘도 여전히 12월 31일에서 1월 1일 사이에 동네 목욕탕을 찾으면 발 디딜 틈이 없다. 연중행사임은 차치하고서라도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실은 몸뿐만 아니라 묵은 마음까지도 정화된다는 걸 목욕탕에 가 본 이라면 알고 있기 때문일 테다.
‘목욕탕 도감’의 저자 엔야 호나미 역시 번아웃으로 몸도 마음도 병들어 있을 때 친구의 권유로 방문해 본 목욕탕에서 기운을 차렸다고 한다. 목욕하는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활기, 탕 안에서 맨몸으로 쪼인 햇빛, 피부를 감싸 안는 물의 부드러운 감촉 같은 것들이 그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을 것이다. 저자는 목욕탕의 매력을 알게 된 후 일본 곳곳의 동네 목욕탕을 한 곳 한 곳 섭렵하며 자신이 다녀온 목욕탕들을 그림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좋은 목욕탕을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친구들에게 그 매력을 전하기 위해’ 또 ‘목욕탕을 찾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늘어나, 사라져가는 목욕탕 문화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책 전체가 ‘목욕탕에게 쓴 러브레터’와 다름없게 느껴지는 이유다.
초심자를 위한 대중탕 이용법부터 목욕 애호가들을 위한 마스터 코스 목욕탕까지. 책에서 소개하는 일본의 다양한 목욕탕들과 그곳에서 몸과 마음을 씻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당연하게도) 목욕탕이 ‘땡긴다’. 2024년이 밝은 지금, 이제껏 목욕탕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면, 혹은 새해가 돼서도 털어내지 못한 마음이 남아 있다면 ‘목욕탕 도감’과 함께 가까운 동네 목욕탕으로 향해 보는 건 어떨까. 아마도 목욕탕은 당신을 뜨뜻하게 반겨줄 것이다. (김상화 / 출판편집자,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폅회 홍보위원)
■동무와 연인(김영민 지음 / 한겨레출판)
동무란 연인, 동지, 친구와 비견되는 말이다. 둘이 하나가 되는 관계가 연인이라면, 동무는 둘이지만 배타적이지 않은 관계다. 동지란 하나의 목표라는 깃발 아래 뭉친 관계지만, 그 깃발이 사라지면 없어지거나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동무란 나와 뜻이 다른 상대방의 지적 태도를 오히려 공명의 계기로 삼으며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인연을 뜻한다. 친구란 호의에서 시작해 사적 친밀감으로 지속되며, 그야말로 ‘우리가 남이가?’의 관계다. 반면 동무란 말을 바탕으로 쌓은 지적 우정의 관계로, ‘남’이라는 서늘한 지적 긴장 위에서도 꿋꿋이 쌓은 신뢰의 관계다. 그렇다면 동무란 ‘나와 세계’라는 유아론을 깨 주는 진정한 타인이자 내가 ‘다른 나’를 도모할 수 있게 해 주는 미래의 가능성이다. 동무란 미래로 향하는 우정의 관계다.
단어의 한계가 이따금 인식에 한계를 긋는다. 현실에서 선뜻 동무라는 말을 쓸 용기는 없었지만, 그렇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은 몇 명 있었다. 하지만 말은 문자와 생각으로 남아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발화하지 않으면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인 빈 메모지들과 다를 바 없다. 새해에는 가끔 용기를 내어 새로운 말로 관계를 정의해 보고 싶다. 이 책은 우리가 겪는 인간관계의 결이 한정적이라고 느껴지거나, 그 인간관계를 표현하는 단어에 한계가 느껴질 때 펼쳐보면 좋을 책이다. 그런 생각을 할 적기가 딱 새해 아닐까? (맹준혁 / 출판편집자)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영업 비밀(린다 시베르트센 지음 / 심혜경 옮김 / 하나의책)
작가가 되고 싶은, 또는 이미 작가가 됐더라도 지속해서 책을 출간하는 추진력을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작가가 되고 싶다면 준비할 것들, 글을 쓰기 위한 방법들, 책을 출간하기까지의 과정, 출간 계약을 위한 출판사 공략법,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홍보하는 법이 모두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 린다 시베르트센은 책을 쓰고 싶어서 ‘대가들이 말하는 글쓰기와 출판’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한 해에 수백 권의 책 기획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30개 출판사에서 각각 25번쯤 거절당한 세스 고딘 등 대가의 성공 이전 ‘지지고 볶는 중간 과정’들이 가득하다. 대문호들이 저자에게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운 것처럼 이제 저자가 당신에게 그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사람,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 ‘10년간 책 한 권 내지 못하는 것이 마치 10년간 9000㎏의 아이를 배고 있는 것’과 비슷해 ‘아직 태어나지 못한 책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창조적 글쓰기 전공 석사과정’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김미향 / 출판평론가,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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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엄민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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