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인 척 “사인 한장만 해달라”…이재명 대표 피습 현장

권기정·김현수 기자 2024. 1. 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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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일정 중 흉기 습격을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태운 구급차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일 오전 10시 27분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인근 전망대에서 한 김모씨(67)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목을 흉기로 찔렀다. 김씨는 지지자처럼 행동해 접근했으며 이 대표 정면에서 달려들며 왼쪽 목을 찔렀다.

이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일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곧장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은 정세균 전 총리 등이 동석했다.

이어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지역 현안인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를 예방하고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었다. 이 대표가 대항전망대에 도착하기 30분 전인 오전 9시30분쯤 취재진을 태운 버스에 이어 서영교·정청래·박찬대 의원 등 민주당 최고위원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했다.

‘이재명과 나는 동지다! 우리는 이재명과 함께 싸워 이길 것이다’라고 쓴 푯말을 든 지지자도 보였다. 민주당 인재영입 3호인 류삼영 전 총경도 같은 내용의 푯말을 들고 이 대표를 기다렸다.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이 차에서 내리는 이 대표를 맞이했고,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갑)의 사회로 행사가 진행됐다. 서 의원이 ‘이재명’을 연호하며 행사 분위기를 띄웠다.

이 대표는 “가덕신공항은 동남권 산업 경제의 새로운 출발”이라며 “무너지고 있는 동남권 경제를 다시 살리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엑스포 유치 실패로 상실감이 클텐데...”라며 “(유치실패가) 가덕신공항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지 않고, 오히려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도록 민주당이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뒤 이동하려고 하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대표가 기자들에 둘러싸인 상태로 인터뷰를 하면서 이동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뒷걸음치며 촬영하는 카메라 기자들을 비집고 들어간 김씨가 이 대표에게 다가갔다. 그는 “대표님! 사인 하나만 해주세요”라고 한 뒤 흉기로 목을 찔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행사장에는 경찰관 41명이 있었으나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쓰러졌고, 곳곳에서 비명을 질렀다. 민주당원들이 이 대표를 목을 감싸 지혈했다. 오전 10시 27분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119에 신고했고, 오전 10시50분쯤 구급차가 도착했다.

이 대목에서 119출동이 늦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가덕도 내에는 안전센터가 없어 출발할 수 있는 구급대가 없었고 피습 현장에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지사센터에서 구급차가 출발했는데 현장과 21㎞ 거리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사건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어 오전 11시14분쯤 헬기를 이용해 부산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부산대병원은 수술 없이 지혈 등 응급처치를 한 뒤 낮 12시46분쯤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상처는 1.5㎝ 크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7분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응급실 앞에서 “경정맥 손상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며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신속하게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목격한 민주당 지지자 김운선씨(51)는 “가해자가 흉기를 들고 점프해 찌를 정도로 접근할 수 있었다”며 “사복경찰은 모르겠지만 정복을 입은 경찰은 현장에 3명 남짓 있었는데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경호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며 울먹였다. 이어 “구급차도 너무 늦게 왔다. 느낌상으로는 30분에서 1시간은 걸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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