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뛰어든 선진국이 없다”…나라의 운명 달렸다는 ‘이것’ 뭐길래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4. 1. 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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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국가 지원 AI스타트업 ‘A71’ 출범
프랑스 미스트랄, 5천억원 자금 조달
인도는 자국 언어 기반 LLM 개발 추진
국방·의료 등 핵심분야 외국AI 의존 우려
각국 정부 자체 반도체 개발 등 대규모투자
지난해 11월 28일 AI71 출범식에 왕실과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모습. [사진 = AI71 홈페이지]
미국 오픈AI가 만든 챗GPT가 촉발한 AI 기술 경쟁이 이제는 국가 간 경쟁으로 번지면서 ‘AI 내셔널리즘(국가주의)’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말 여러 국가들이 AI 스타트업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자국 AI가 글로벌 시장에서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아랍에미리트(UAE)는 국가가 지원하는 AI 스타트업 ’AI71’의 출범을 선언했다.

UAE 국가 연구기관인 아부다비 첨단기술연구위원회의 파이살 알바나이는 “우리는 AI71이 오픈AI와 같은 회사들과 세계적으로 경쟁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창립한 지 7개월 된 AI 스타트업 미스트랄은 지난 12월 11일 4억달러(약 5198억원) 상당의 기록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미스트랄 관계자들은 이번 자금 조달에 따라 미스트랄이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상당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의 천재 미스트랄은 대단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인도의 신생 AI 스타트업 크루트림은 12월 15일 인도의 첫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발표했다. 크루트림의 창업자인 하비시 아그가르왈은 “챗GPT를 비롯한 다른 영어가 우선순위에 있는 LLM은 인도의 문화, 언어, 기풍을 담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크루트림이 LLM을 공개한 지 1주일 전 인도에서 창립한 지 5개월 된 사밤도 인도 언어 기반 LLM을 만들기 위해 4100만달러(약 533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사밤의 공동창업자인 비벡 라가반은 “우리는 인도 회사이기 때문에 인도 언어 기반으로 LLM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집중된 각국 AI 개발 경쟁 소식은 요즘과 같은 AI 전성시대에 특별하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이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1일(현지시간) 밝혔다.

특히 각국 정부는 국방, 의료, 금융 등 핵심적인 분야에서 외국 기업이 개발한 AI에 의존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어 자국 AI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I 기술경쟁을 가장 치열하게 하고 있는 두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 개발에 400~500억달러(약 52~66조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에 의존하기를 원치 않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6개국이 AI 개발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금액은 총 400억달러(52조원)에 달한다.

AI 개발에 야망을 드러내고 있는 8개국은 단순히 AI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연산작업에 직접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생산을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500억달러(약 66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대만에 있는 반도체 제조업체 TSMC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또 미국은 자국 반도체와 반도체 생산장비를 중국과 러시아 등 적대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강력한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서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만드는 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 컨설팅업체 JW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3000억달러(약 390조원)를 반도체 생산 자립을 위해 투자했다. 기술력 부족으로 대부분의 자금은 낭비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정교한 GPU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중동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국가 주도 AI 지원 정책을 빠르게 모방하고 있다. 특히 중앙집권적 국가 시스템을 동원해 민주주의 체제 정부보다 더 많은 자원을 빠르게 AI 분야에 투입할 수 있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미국의 AI 전문가들에게 더 많은 월급과 연구비를 약속하며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 연구기관인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의 AI 프로그램과 UAE의 세계 최초 AI 중점 대학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AI대학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대, 카네기멜론대 등에서 AI 분야 스타 교수들을 데려왔다.

이 같은 투자 결과 아부다비 첨단기술연구위원회 산하 기술혁신연구소(TII)가 개발한 LLM인 팰컨의 성능은 미국 메타가 개발한 라마2와 맞먹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UAE는 AI71을 석유 생산 관련 분야에서 활용해 자국 우위를 강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유럽과 인도는 중국이나 중동 국가들과 달리 미국 기업과 협력하면서 동시에 미국과 달리 공공 데이터를 자국 AI 기업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미스트랄의 아서 멘쉬 사장은 “프랑스 정부가 국가 데이터를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AI 기업들은 국립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의 풍부한 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AI 기업들도 인도 정부가 보유한 엄청난 규모의 공공 데이터 ‘인도 스택’을 AI 모델에 통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각국 정부가 주도하는 ‘AI 내셔널리즘’은 부작용을 맞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동맥국에도 적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관련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투자에 그칠 위험이 있다. 중동 옥재 국가들이 개발한 AI는 다른 정부의 제재를 받을 위험성이 크다. 유럽의 경우 국민 건강, 금융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기업에 넘겨주려는 시도가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경우 자국 언어에 기반한 AI 개발 시도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 기업들이 인도 언어까지 커버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자체 AI 모델 구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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