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착취 ‘엡스타인 명단’ 공개…클린턴 전 대통령 실명 확인
언론들 “클린턴, 성범죄 연루 의미하진 않아”
문서 전체 공개는 처음···정·재계 인사들 촉각
미성년자 성착취 파문으로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 연루자들의 실명이 2일(현지시간) 공개된다. 사실상 ‘성착취 리스트’로 여겨지는 ‘엡스타인 명단’에는 전직 미국 대통령들을 비롯해 고위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또 한번의 파장이 예상된다.
1일 미 ABC방송 등은 뉴욕 연방 법원의 명령에 따라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과 관련된 이들의 실명이 2일부터 공개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연방법원의 로레타 프레스카 판사는 지난달 20일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 기존 익명 처리 됐던 사건 관계자 150명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이 문건은 엡스타인에게 성착취를 당한 미국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2015년 영국의 언론 재벌 로버트 맥스웰의 딸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관련 서류이다. 문건에는 피해자들과 증인, 엡스타인의 직원들을 비롯해 범죄 연루자들이 언급돼 있다.
그간 엡스타인 사건 연루자들의 명단이 조금씩 알려져 왔지만 문서가 통째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엡스타인 명단’에 올랐을 것으로 추정되며 성추문에 휩싸였던 고위 정치인들과 기업가 등 유명 인사들의 실명이 대거 드러날 것으로 예상돼 미 정·재계를 떨게 하고 있다.
프레스카 판사는 지난 수년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건 관계자들 일부가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났고, “광범위한 맥락적 사실의 세계”를 고려하면 실명을 은폐하는 것에 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개를 원하지 않는 성착취 피해자의 이름은 비밀로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해당 문건에 50차례 이상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1일 보도했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엡스타인 재판 관련 문건에서 미국 법원이 익명 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존 도(John Doe) 36’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 확인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자가 비행기로 함께 여행하는 등 그와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하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엡스타인의 성 착취 피해 여성으로부터 안마 시술을 받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해당 사건에 연관됐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불법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실명 공개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그가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판 당시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유명인들의 증인 채택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10대 여성들을 유인해 인신매매와 성 착취를 일삼은 엡스타인 사건은 부유층과 권력층 간 부패한 커낵션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엡스타인은 자신의 부를 이용해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쌓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자가용 비행기로 함께 여행하는 사이였고, 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차남인 앤드류 왕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와도 가까운 관계였다.
엡스타인은 자신이 소유한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별장과 뉴욕 맨해튼 자택 등으로 각계각층의 유력인사와 지인 등을 초대해 성착취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았다. 이후 최소 36명의 10대 여성을 인신매매한 혐의로 2019년 7월 수감됐으며, 같은 해 8월 사건과 연루된 이들의 명단 일부가 공개된 다음 날 감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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