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지진해일 안전지대?···41년전 삼척선 3명 사상·조선시대 138회 발생해 제주에도 영향

김기범 기자 2024. 1. 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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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85cm 높이의 지진해일이 발생했던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 2일 높은 파도가 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새해 첫날이었던 지난 1일 일본 강진으로 발생한 지진해일이 한국 동해안까지 영향을 미쳤다. 1993년 이후 31년 만에 국내 연안에 지진해일이 도달했다.

20세기 초부터 올해까지 124년 동안 한국에서는 지진해일이 5건만 발생했다. 드물게 일어나다 보니 기상청에도 지진해일을 실제 겪어본 이가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41년 전 강원 삼척 임원항에서는 2m가 넘는 지진해일로 인명피해가 일어났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에는 총 138회에 달하는 지진해일이 동해안뿐 아니라 제주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 일본 서쪽에 강진 발생하면 강원 동해안 남부엔 3.5m 지진해일 가능성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401021648011

기상청 자료와 국내 학술지 등에 발표된 관련 논문 등을 보면 20세기에는 모두 4차례의 지진해일이 동해안에 도착해 크고 작은 피해를 줬다. 지난 1일 일본 이치카와현 노토반도 북쪽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까지 5건 모두 한반도와 일본 사이 해역, 그중에서도 일본 서안 근해에서 일어났다. 1940년과 1993년 지진해일을 발생시킨 지진의 진앙은 홋카이도 근해, 1964년은 니가타현, 1983년은 아키타현 근해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의 동쪽 해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한국 동해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1983년 5월26일 발생한 지진해일은 최근 2세기 동안 발생한 지진해일 중 유일하게 한반도에 인명피해를 줬다.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으며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어선은 81척, 주택은 42채가 피해를 봤다.

강원도 묵호에서 파고가 최대 2m 이상에 달하는 등 물결이 높기도 했지만 지진해일 대비가 전혀 없었기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조용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2018년 한국수자원학회지에 게재한 ‘우리나라의 지진해일 연구’ 논문에 따르면 당시 정부나 지자체 등은 경고방송을 하지 않았고, 피난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지진이 발생하고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도착하기까지 약 1시간40여분이 걸렸지만 대피하지 못했다.

10년 후인 1993년 홋카이도 남서외해 지진해일 때는 한국 기상청이 일본 기상청의 정보를 받아 미리 경고를 내려 인명피해가 없었다.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례로는 1707년 10월 지진해일이 꼽힌다. 당시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8.6의 해저지진이 만든 지진해일은 동해안뿐 아니라 제주와 중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제주도의 연혁·인문지리·행정 등 사항이 기록된 17세기 서적 <탐라지>에는 숙종 33년이었던 1707년 일본 시코쿠에서 발생한 호에이대지진으로 인한 해일이 제주까지 도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탐라지>에는 ‘지진해일’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처음 사용됐다.

강원 삼척시 임원항의 1983년 5월 26일 지진해일 발생 당시 해변 도로와 가옥이 침수돼 있다. 정박된 어선 중 일부도 파손된 모습이 보인다. 기상청 제공.

1707년 지진해일을 포함해 조선시대 약 500년간 지진해일은 총 138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균 강원도청 학예연구사는 2019년 학술지 ‘한국사연구’에 게재한 ‘조선시대 해일의 발생과 대응’ 논문에서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에 남아있는 지진해일 발생 건수를 집계했다. 이 연구사는 논문에서 “동해안의 지진해일 발생 빈도는 낮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반도 주변해역에서는 최근 10년간 매년 평균 20회 이상의 해저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일본 쪽 해안에서는 지난 1일처럼 국내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강진도 비교적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해일의 최대 높이는 묵호에서 1월1일 오후 8시35분쯤 기록된 85㎝였다고 2일 밝혔다. 동해안 주요 지점의 지진해일 최대 높이는 강원도 남항진 28㎝, 속초 45㎝, 임원항 45㎝, 경북 후포항 66㎝ 등이다. 한국의 지진해일은 일본에서 발생한 지 1시간51분 뒤인 지난 1일 오후 6시1분쯤 동해안 남항진에서 최초 관측됐으며 이후 주변 해안으로 전파됐다.


☞ 단층 위아래로 ‘출렁’여야 생기는 지진해일…기후변화로 더 위험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401021659001

기상청은 동해안 모든 관측지점의 지진해일 높이는 천천히 낮아지고 있지만 당분간은 해안 출입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번 지진해일은 지진해일주의보 발령 기준을 넘지는 않았다. 지진해일주의보는 ‘규모 6.0 이상 해저지진이 발생해 국내 해안가에 높이 0.5m 이상 1.0m 미만 지진해일 내습이 예상되는 경우’에 발령된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해일은 해역 전체가 아닌 묵호항과 후포항 등 일부 지점에서만 주의보 기준을 넘었기 때문에 지진해일주의보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진해일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2005년 3월20일이 마지막이다. 당시 일본 후쿠오카 북서쪽 해역에서 규모 7.0 지진이 발생하면서 0.5m 높이의 지진해일이 밀려올 것으로 예상됐다. 동해안과 남해안, 제주에 지진해일주의보가 발령됐는데 실제로 지진해일이 도달하지는 않았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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