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재도전 세븐일레븐, 믿는 구석이 있었다
패스트푸드 강화한 특화 매장 확대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올해 미니스톱과의 통합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편의점업계 '빅3' 재진입에 나선다. 2010년대 들어 출점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2강 1중 1약' 구도로 변화한 편의점업계 구도를 다시 '3강'으로 되돌리겠다는 생각다.
첫 번째 도전기
세븐일레븐은 국내 최초 편의점이다. 한국이 편의점 불모지였던 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편의점 업계는 세븐일레븐 독주 체제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훼미리마트(현 CU)와 LG25(현 GS25), 바이더웨이 등 경쟁자의 등장으로 세븐일레븐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CU와 GS25가 적극적인 출점 정책을 펼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그 탓에 세븐일레븐은 업계 3위로 밀렸다.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세븐일레븐의 매장 수는 2180개로 CU(4684개)나 GS25(3914개)에 한참 못미쳤다.
이에 따라 세븐일레븐은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바이더웨이 인수다. 업계 3위와 4위의 결합에 시장이 요동쳤다. 세븐일레븐은 단숨에 CU, GS25와의 격차를 좁히며 '빅3'로 올라섰다. 2012년에는 점포수 64개 차이로 GS25를 제치고 점포 수 기준 업계 2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의 반란은 '1년 천하'에 그쳤다. 다음해 GS25가 점포를 500개 가까이 늘리며 2위를 탈환했다. 이후로는 격차가 점점 더 벌어졌다. CU와 GS25가 매년 수 백개 이상의 점포를 내며 출점 경쟁을 벌일 때 세븐일레븐은 '마이 페이스'를 유지했다.
지난해 기준 업계 1, 2위인 GS25와 CU의 점포 수는 각각 1만6000개 이상이다. 업계 3위 세븐일레븐은 1만2000여 개다. 어느새 '빅3'라는 말보다는 '빅2'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두 번째 도전
지난해 세븐일레븐은 또 한 번 승부수를 뒀다. 업계 5위 브랜드인 미니스톱을 인수했다. 점포 수 1만2000여 개의 세븐일레븐과 2600여 개의 미니스톱의 결합으로 GS25와 CU를 바짝 뒤쫓을 수 있게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통합 작업이 빨리 진행돼야 한다.
당초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통합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니스톱 간판을 내건 점포가 남아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미니스톱의 점포 전환율은 95% 안팎이다. 미니스톱 브랜드 사용권 기한이 만료되는 오는 3월까지는 모든 점포를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코리아세븐의 대표를 교체했다. 기존 최경호 대표는 30여 년간 코리아세븐에서만 근무한 '편의점맨'이었다. 반면 신임 김홍철 대표는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에 오랜 기간 몸 담았던 인물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롯데가 미니스톱 인수에 따른 내부 통합과 정리를 원활히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과의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4조3308억원, 영업손실 224억원, 당기순손실 10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미니스톱과의 통합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단기 이슈라는 것이 코리아세븐 측의 설명이다. 코리아세븐은 1분기 중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면 본격적인 통합 시너지와 더불어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년 전 역전극 되풀이될까
하지만 업계에서는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통합이 이전 바이더웨이 인수 때만큼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의 점포 수는 각각 2200여 개와 1500여 개였다. 비슷한 덩치의 3, 4위가 합병한 만큼 영향력도 컸다.
반면, 이번에는 3위 브랜드가 최하위 브랜드를 흡수하는 형태다. 일정 부분 시너지는 있겠지만 판도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실 미니스톱 자체도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었다. 실제로 미니스톱의 매각은 지난 2019년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의 강점인 넓은 매장과 즉석식품 경쟁력을 세븐일레븐의 차세대 플랫폼인 '푸드드림'에 주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븐카페나 푸드드림 등 직접 점포 내에서 조리된 식품을 시식·포장할 수 있는 점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의 장점과 미니스톱의 장점을 결합,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엔 세븐일레븐이 실적과 매장 확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노후화된 점포들을 빠른 시일 내에 리뉴얼하고 그동안 미니스톱이 갖고 있던 다양한 장점들을 세븐일레븐 시스템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식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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