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거절 땐 법정관리" 태영건설 PF 보증, 자체 집계 두 배 9조원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금융채권단에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를 보냈다. 태영건설이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차입한 총 금액은 1조3007억원이다. 회사채, 담보대출, 기업어음, PF 대출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 이외에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총 122곳으로 대출 보증 규모는 9조181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다고 공시하며 PF 대출 보증규모는 4조5000억원이라고 밝힌 태영건설 측 집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태영건설은 사회간접자본(SOC) PF와 분양이 4분의 3 이상 끝나 안정권에 들었다고 판단되는 대출을 제외한 우발채무는 총 2조5000억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중 보증규모가 가장 큰 사업장은 서울 마곡지구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차주는 총 58곳, 대출 보증규모 1조5923억원에 달한다.
직접 대출금과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무를 모두 합한 채권단은 400곳 이상이지만 이미 매각을 완료했거나 채무 액수가 미미한 금융사를 제외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작을 수 있다. 산업은행은 오는 11일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채권단의 75% 동의를 거쳐야만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태영건설이 시행까지 담당하고 있는 PF 사업장의 익스포저(잠재 위험 있는 대출·보증액)까지 더한 액수가 4조57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태영건설 직접 여신 5400억원과 자체 시행 PF 사업장 29개의 4조300억원을 더한 값이다.
정부는 태영건설에서 시작된 PF 리스크가 건설업계를 넘어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일 이른바 'F(Finance)4'로 불리는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해 태영건설의 현 상황과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분양 계약자와 관련 협력업체의 예기치 못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 확대를 검토 중이다. 채안펀드는 금융권이 공동으로 출자해 우량 금융채와 회사채에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채안펀드의 운용 규모를 현행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한편 건설업체의 회사채 등에 대한 차원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경우 현재 85조원 수준인 시장안정조치는 향후 약 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 장관은 지난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관계부처 대응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필요 시추가 확대해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한국은행도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의 고통 분담에 최선을 다하겠단 입장이지만 정부 대책뿐 아니라 태영건설과 대주주의 선제적 자구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상황이다. 채권단의 동의를 얻으려면 설득력 있는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만일 워크아웃에 실패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워크아웃을 시도했다 개시하지 못하고 회생절차를 밟는 경우 처음부터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보다 부실이 심화된 상태이기에 더욱 불리할 수 있다.
그동안 태영건설은 자금난 해결을 위해 지주회사인 티와이(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등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부채비율을 줄이려고 시도했다. 워크아웃 발표 이후 남은 계열사인 환경기업 에코비트, 골프장 운영사 블루원 등의 매각이나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 마련책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내놔야 채권단도 만기연장이나 신규대출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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