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기획]AI와 전문가가 평가한 한국 AI 경쟁력 -“우수인재 양성해 산업생태계 구축해야”

류근일 2024. 1. 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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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은 한국 인공지능(AI) 산업 현 수준을 진단하기 위해 학계 및 산업계 AI 전문가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챗GPT와 함께 평가한 한국 AI 산업 경쟁력은 물론 AI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히 육성할 분야, AI 적용으로 우리 삶을 가장 크게 바꿀 분야 등을 폭넓게 물었다.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는 다음과 같다.

- 김동현 코웨이 DX센터장

- 민옥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지능창의연구소장

-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 배순민 KT 기술혁신부문 AI2X Lab장

- 백승욱 루닛 의장

-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

- 유회준 KAIST 교수

- 이재호 서울시립대 교수

-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AI과학자(CSAI)

-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

- 전민용 블루닷 대표

- 차정훈 KAIST홀딩스 대표

-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한국 인공지능(AI) 산업 경쟁력에 대한 전문가 시각은 대체로 일치했다. 한국의 AI 연구개발(R&D) 수준에 대해서는 대부분 높은 평가를 내렸다. 몇몇 전문가들은 R&D 활동에 최고점을 주기도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빠르게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산업생태계와 국제협력, 인재 양성에 대한 평가는 저조했다. 전문가 다수가 가장 취약한 분야로 해당 항목을 꼽았다.

AI 경쟁력 자체에 대한 총평은 크게 갈렸다. 90점 이상 높은 평가를 내린 전문가가 있는 반면 낙제점 수준의 낮은 점수를 매긴 경우도 있었다. 특히 한국 AI 경쟁력을 70점 이하로 평가한 전문가는 일제히 한국 AI 산업생태계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챗GPT 3.5·챗GPT 4.0이 평가한 한국 AI산업 경쟁력

◇최고수준 AI R&D 성과…경쟁력 지속 위해 긴 호흡 전략 세워야

한국 AI R&D에 대한 전문가 총점은 219점, 평균 16.8점으로 5개 항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응답자 13인 가운데 12인이 해당 항목에 15점 이상 높은 점수를 줬다.·

김동현 코웨이 DX센터장은 “AI산업은 현업에 경력자가 충분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레 학계와 산업계 교류와 공동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타 연구에 대한 투자 역시 적극적이고, 자칫하면 잃을 수 있던 모멘텀을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의 급격한 발전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적극적인 산학협력이 이뤄지고 있고 협력에 따른 결과가 사장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다시 적용되며 인력 수급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국내 학계와 산업계 R&D 활동에 후한 점수를 줬다.

배순민 KT 기술혁신부문 AI2X Lab장도 기업과 학계 연구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배 소장은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AI 인프라·데이터·인재에 투자해 R&D 환경을 만들고 있고, 학교도 우수한 교수진을 적극 확보하면서 학교 교육을 세계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면서 “AI분야 산학 협력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는 것은 물론 기업간 협업도 LLM, AI반도체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은 “CVPR, ACL 등 세계 최고권위 학회에서 한국 저자 논문수가 3~8위 정도 순위를 보인다”면서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우려의 시선도 있다. 백승욱 루닛 의장은 “SW분야는 우수 연구 인력을 갖추고 있고, 세계 1등 응용영역도 존재하지만 글로벌 의제 설정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LLM,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로 트렌드가 넘어왔는데 이 분야는 한국만의 강점을 가져가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어 이런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긴 호흡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방향과 지원 전략에 대해서도 대체로 높이 평가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우리 정부는 국내 AI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그는 “기업에게 협력과 기술 검증, 레퍼런스 확보 등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회준 KAIST 교수는 “경쟁국에 비해 시기나 투자 등 측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차정훈 KAIST홀딩스 대표는 “AI 관련 정부 정책이나 지원이 산업계나 연구계 민원 해결 성격이 아직 많다”면서 “AI반도체 분야에서도 칩으로 승부하기보다는 핵심 연산 역량 등 IP로 승부하는 스타트업 모델이 나올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산업생태계 조성, 국제경쟁력 확보 위한 우수 인재 양성이 필수

산업생태계 측면, 국제협력과 경쟁, 인재양성 및 유지 등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특히 한국 AI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은 산업생태계 조성 미흡이 꼽혔다.

전민용 블루닷 대표는 “학계나 관련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정략적 지원을 통한 R&D 부문에서 뚜렷한 진전이 있지만 산업적 관점에서는 아직 생태계가 단단하게 구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차정훈 대표도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AI가 이미 산업생태계 구성자이자 조성자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국내는 이런 생태계 중심 운영자 역할을 할 만한 알고리즘이나 기본 인프라가 없다”면서 “생태계 핵심 운영자가 없는 나라에서 생태계 참여자만 있는 환경은 국가 전체 경쟁력 측면에서도 성장 한계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중소 AI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은 “범용성을 가진 AI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앱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얼라이언스와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높은 점수를 매겼다.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민옥기 ETRI 소장은 “LLM에 대해 직접적인 국제 경쟁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네이버, LG 등을 중심으로 국내 산업기반을 위한 LLM 경쟁체제는 갖춰나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백승욱 의장도 “데이터나 기술을 국내에 가두려 하는 문화가 있어 국제 협력이 원활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LLM, 파운데이션모델 분야에서는 1등 제품이 여전히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하정우 센터장은 “AI 연구 측면에서는 이미 상당한 국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기업간 협업이 쉽지 않지만 네이버만해도 독일, 미국, 캐나다, 프랑스, 베트남에 연구소를 설립해 적극적으로 협력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공동 협력과 연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우수 인재 확보에 대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김동현 센터장은 “여전히 현장에서는 필요한 전공자를 만나기 어렵고, 경험이 있는 개발자는 더욱 부족하다”면서 “인력 풀 양성에 대한 고민과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오순영 센터장도 “AI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내부 공학 인력 양성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인력을 유치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옥기 소장은 “과거 2~3년간 AI 인재가 기근상태였지만 AI대학원 신설과 기업의 AI 인력 우대 정책으로 인해 서서히 인재부족 현상이 해소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문가의 종합 평가는 대체로 일치했다.

이재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AI 연구 및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인 위험도 평가와 사회적 영향 평가를 기반으로 진흥과 규제, 혁신과 안전을 균형있게 고려한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한국은 AI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했고 성과도 크다”면서도 “산업화와 국제적 측면에서는 아직 성과가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AI과학자(CSAI)는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빠르게 격차를 줄이고 있으나 전반적인 산업생태계에서는 특히 AI칩, 인프라 측면에서 열위에 있다”면서 “외국 선진기업의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연구인력의 처우나 계산 자원면에서 차이가 커 우수 인재들이 해외 선진기업으로 유출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민간부문 투자 확대를 통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 및 상용화 성과를 쌓아 나가며 우수 인재를 육성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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