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선진화라더니 마이너스 요인 전락"…금투세, 시행 전 '폐지 기로'
"금융산업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세제 개편을 추진할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 2020년 6월 25일)
"금투세는 국내 증시에 마이너스(-) 요인, 폐지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한다"(김병환 기재부 1차관, 2024년 1월 2일)
주식 등 금융상품 양도차익에 부과되는 금투세 도입을 두고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정반대로 돌아섰다. 복잡한 금융 세제 정비, 주식시장 활성화 취지로 홍보됐던 금투세는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전락했다.
금투세는 쉽게 말해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다. 처음 등장한 건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6월이다. 홍남기 부총리가 직접 발표한 '금융투자 활성화 및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 대책 중 하나였다.
정부안은 2023년부터 주식양도 차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소득세 20%, 3억원 이상에는 25%를 물리는 게 핵심이었다. 그 대신 주식매매에 부과됐던 증권거래세(0.25%)를 2023년까지 0.15%로 매년 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과세 원칙을 내세웠다. 사실상 한 해 5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가져가는 투자자 비중이 1%도 되지 않는 만큼 세 부담에도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같은 해 12월 국회 여야 합의로 금투세를 신설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금투세는 동학개미 열풍 속에서 적잖은 반발을 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주식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주식 보유액이 10억원(코스피 1%·코스닥 2%)이 넘는 대주주에만 해당하는 소수층의 세금이었다.
정권이 바뀐 이후 기재부는 2022년 7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금투세 시행 시기를 2023년에서 2025년으로 유예하자고 나섰다. 증권거래세율도 2023년 0.2%, 2024년 0.18%, 2025년 0.15%로 하락 속도를 늦출 것을 제안했다.
금투세는 2022년 말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핵심 쟁점 법안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내년(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과세를 강행하려 한다"며 비판하고 도입을 늦추라고 촉구했다.
당시 주식시장이 침체기였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업계는 물론 개인투자자들도 금투세 도입을 유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1400만명에 달하는 개미 투자자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금투세를 추진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주가가 30% 이상 빠진 패닉 시장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족쇄까지 채우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기재부가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완화(종목당 10억원→50억원)키로 발표하면서 '금투세 폐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22년 말 야당은 금투세 유예를 조건으로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높이지 않고 10억원으로 묶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1년 만에 여당·정부가 합의를 파기하며 양도세 부과 기준을 낮췄다. 결과적으론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대주주 요건 완화를 이행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2일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 약속했던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TV토론회에서 "지금 우리 주식시장이 굉장히 어려운데 양도세를 만들면 연말에 이탈 현상이 생겨 주식 시장 왜곡이 생긴다"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올해 7월 발표할 세법개정안에서 증권거래세율 운용방안을 포함한 금투세 폐지 방안을 구체화한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금투세 폐지에 따라 증권거래세 제도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선 논의,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투세를 두고 여러 차례에 걸친 정책 변경이 개인투자자들, 증권업계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증권사들은 예산을 들여 기본공제 한도 관리 시스템, 원천징수 시스템 등 과세를 위한 전산 작업을 해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년 세법개정안 분석'에서 "조세정책은 국민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만큼 가능한 일관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납세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정책 목적 달성에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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