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절’과 킥서비스[B급 사회]

고희진 기자 2024. 1. 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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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상황 극한으로 반복하는 ‘뇌절’ 콘텐츠
<킥서비스> ‘203○년’시리즈
10년 뒤 대한민국 저출생 상황 풍자
‘아기 생일은 국경일, 신생아 경비는 국방부 장관’
인터넷상에서 주로 사용되는 밈에 가까운 말들이지만, 현대 사회를 잘 설명하는 용어들과 대중문화를 연결해 이야기합니니다.
유튜브 <킥서비스> 캡처.

뇌절. 똑같은 말이나 행동을 무한 반복해 상대를 질리게 만들 때 쓰는 말이다. 주방장이 추천해주는 요리로 고급 스시집의 ‘오마카세’가 유행할 때 이에 동조해 커피나 맥주 등 다양한 먹거리에 오마카세 스타일이 도입됐다. 여기까지가 이해 가능한 범위라면, 붕어빵이나 라면 오마카세까지 나온다고 할 때 사람들은 흔히 ‘뇌절’이라고 말한다.

유튜브에서는 뇌절 콘텐츠도 인기다. 한 가지 주제를 극한의 상황으로 가정해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유튜브 종합코미디 채널 <킥서비스>의 ‘203○년’ 시리즈도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10년 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스케치 코미디의 일종이다. 2022년에는 2032년, 2023년엔 2033년의 모습으로 미래를 그렸다. 올해부턴 ‘2034년’이 되겠다.

한국 사회의 여러 모습을 풍자적으로 다룬다. 심각한 저출생 상황을 다룬 몇 편이 특히 조회수가 높다. 조회수 230만회를 넘긴 2033년 임신 편, 부제목은 ‘애기 생일 국경일로 지정한대?’다. 둘째를 임신한 여성의 집에 여당 대표가 인사를 하러 온다. 아이 돌잔치는 유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독점 생중계한다. 아파트 경비는 국방부 장관이 한다.

다른 영상도 비슷한 형식이다. 264만 조회수를 넘긴 2033년 출산율 편, 유치원은 아이들이 없어 망하고 원장은 상실감에 아이들 장난감에 소주병을 숨겨두고 먹는다. 친구가 등장해 “노인정 차리라니까. 오은영 박사님도 ‘요즘 효도 금쪽같은 내 부모’ 찍는 거 몰라?”라고 말한다. 아이가 귀해 특정 아이를 위한 어린이보호구역도 생긴다. 140만 조회수를 넘긴 2033년 고3 편, 입시설명회가 열리는데 대학이 주체가 아니라 학생이 주체다. 전국 여러 대학들이 학생 한 명을 모시기 위해 그 학생이 주최한 입시 설명회에 참석한 것이다.

이들 영상엔 ‘밑도 끝도 없이 뇌절’ ‘아이디어 굿’이라며 채널의 재치를 평한 글들이 많지만, 마냥 웃음으로만 넘길 순 없다는 댓글도 있다. ‘과장된 건 줄 알았는데, 이게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거나 ‘그럴 확률이 높은 영상’, ‘진짜 다가올 미래 같아서 소름’이라는 것이다.

스케치 코미디는 사회의 모습을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그려낼 때 호응을 얻는다. 조금 과장된 것 같아도 그 모습이 삶의 반영임을 아는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고 동조하며 웃는다.

유튜브 <킥서비스> 캡처.
유튜브 <킥서비스> 캡처.

지난해 1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0년 64만89명이던 신생아 수는 2022년 24만9186명으로 약 40만명 줄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같은 기간 1.48명에서 0.78명으로 급락했다. 올해는 0.68로 예상된다.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22년 말 기준 5144만명이던 인구가 2072년에는 3622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가 되면 중위 연령(전체 인구 중 중간 연령)은 63.4세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환갑을 넘는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학교는 문을 닫지만 요양원은 늘어간다. <킥서비스> 203○년 시리즈가 더 심한 뇌절을 해도 공감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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