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실화 선택한 은행… 올해 화두는 상생과 디지털

김수정 기자 2024. 1. 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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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과 불안정한 경기 반영
상생금융 전담부서 신설로 실행력↑
디지털 통합 컨트롤타워도 신설
그래픽=손민균

4대 금융지주·은행(KB·신한·하나·우리)이 최근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금융지주는 불안정한 경제환경을 고려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 내실화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강조돼 온 상생금융과 관련해 조직을 신설하고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 분야를 강화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4대 금융지주는 경영진 인사와 조직 개편을 끝냈다. 9년 만에 회장이 바뀐 KB금융은 연말 임기가 만료된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내부 승진을 통해 교체했다. 신임 대표이사로는 ▲KB증권 WM부문 이홍구 ▲KB손해보험 구본욱 ▲KB자산운용 김영성 ▲KB캐피탈 빈중일 ▲KB부동산신탁 성채현 ▲KB저축은행 서혜자 등 6명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은행, 증권, 카드 등 주요 부문 수장은 그대로 유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금융은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9명 전원의 연임을 결정했다.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사장과 신한자산운용 조재민 사장은 임기 2년을 부여했다. 신한캐피탈 정운진, 제주은행 박우혁, 신한저축은행 이희수, 신한DS 조경선, 신한펀드파트너스 정지호, 신한리츠운용 김지욱, 신한벤처투자 이동현 대표는 1년 연장했다.

하나금융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부회장 직제를 없애고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했다. 기존 부회장 3명 중 이은형 부회장은 그룹ESG부문 글로벌부문 브랜드부문을, 강성묵 부회장은 그룹손님가치부문을 담당하고 박성호 부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리금융은 부사장, 전무, 상무로 나뉘었던 임원 직위체계를 부사장으로 일원화했다. 임원 이동은 부문장 1명만 교체했고. 지주 임원은 대거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조직 슬림화와 핀셋형 개편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역시 부행장, 부행장보로 나뉘었던 임원 직위체계를 부행장으로 통합했다.

올해 금융지주 경영진 인사의 핵심은 조직 내실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당국의 금융권에 대한 압박을 고려해 대대적인 변화보다는 안정화를 택한 것이다. 아울러 내년에도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예측되는 만큼, 각 금융지주는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성과를 내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위기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책임경영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조직 내실화를 택한 은행의 올해 공통 목표는 상생금융과 디지털 역량 강화다. 은행권은 상생금융 전담 부서를 신설해 은행권 공동으로 마련한 ‘2조+알파(α)’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방안 실행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이 자율적으로 취약계층 등과의 상생 방안을 1분기 중 추가로 내 이자 장사 등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기존 ESG본부와 ESG기획부를 그룹 상생금융을 총괄하는 ESG상생본부, ESG상생금융부로 확대 개편했다. 또 기업성장지원부를 신설해 중소기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여 기업고객과의 동반 성장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기존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해 그룹 상생금융을 총괄하는 상생금융부로 확대 개편했다.

하나금융은 그룹 ESG부문 산하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하고 하나은행 역시 기업그룹 내 상생금융센터를 신설하는 등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앞서 지난해 3월 ‘상생금융부’를 신설해 지난해 11월에는 상생금융 태스크포스팀(TF)을 별도 발족했다.

지난해에 이어 디지털 역량 강화도 은행권의 주요 화두다. 주요 은행은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해 비대면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모바일 금융이 대세가 되면서 하나의 앱에서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이 금융사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 앱 출범을 위해 은행권은 그룹 총괄 디지털 부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디지털 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DT본부와 인공지능(AI)본부를 둬, 디지털플랫폼과 AI, 데이터 영역이 유기적 협업을 이룰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을 했다. 또 KB스타뱅킹·KB부동산 등 플랫폼을 담당하는 디지털사업그룹을 신설하고 AI를 통한 사업모델을 개발·추진하는 AI비즈혁신부도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기존 그룹디지털 부문 산하에 있는 데이터본부를 AI데이터본부로 확대 개편해 그간 분산된 AI 관련 역량을 한곳으로 모았다.

신한은행은 디지털솔루션 그룹 내 AI연구소를 신설했다. 또 기존 개인그룹, 기업그룹으로 따로 있던 조직을 통합한 후 디지털솔루션그룹을 해당 부문에 편제해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솔루션을 창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우리에프아이에스(FIS)에 위탁해 온 IT개발, 운영 업무를 은행이 직접 수행하는 체제로 전환해 IT 전문인력이 함께 근무하는 조직을 운영하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는 상생금융이, 비대면 전환 차원에서는 디지털 역량 강화가 올해 은행권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상생금융의 경우 특히 올해 1분기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연내 속도감있기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디지털 역량 강화는 은행권의 중장기적 목표로 간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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