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강진으로 최소 48명 사망, 3만명 피난…129회 여진에 밤새 뜬눈

최서은 기자 2024. 1. 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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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발생한 대지진과 화재로 파괴된 일본 이시카와현의 모습. 교도연합뉴스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규모 7.6 강진으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무너진 건물에 깔린 주민들에 대한 신고가 잇따르고 있고, 각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새해 소망을 염원해야 할 일본 최대 명절 설날은 순식간에 공포와 혼돈의 날로 바꼈다.

2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대지진으로 현재까지 최소 4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도로와 건물 등이 심각하게 파괴된 만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HK는 지진 피해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수가 너무 많아 이시카와현 관리들이 현재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지진으로 인한 정전 등으로 필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3개 현에 있는 19개 의료 시설이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현재 3만 가구 이상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단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병원 주차장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인명 구조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하며 이날 오전 직접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해 구체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건물 붕괴 등에 따른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빨리 구출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자체와 협력해 지원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에서 수천명의 자위대와 경찰, 소방 인력 등이 구조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도로 등이 심하게 무너져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NHK가 2일 오후 1시쯤 헬리콥터로 촬영한 이시카와현 스즈시의 영상을 보면, 가나자와 대학 주차장에 파이프와 의자 등을 늘어놓아 ‘SOS’ 문자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노토 공항은 도로 균열로 접근이 불가능해 약 500명이 공항 내 주차장에 고립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노토 반도의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뱃길을 통한 물자 지원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밤사이 크고 작은 여진의 공포도 계속됐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규모 4.9의 여진이 일어났고, 노토 반도에서는 이날 오전 6시까지 진도 2 이상의 지진이 129회 관측됐다고 NHK는 전했다. 전날 이시카와현을 비롯해 후쿠이·사도·도야마 현 등에 내려졌던 쓰나미 경보는 오늘 모두 해제됐지만, 당국은 앞으로 며칠 동안 여진이 계속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진 발생 직후 인근 체육시설과 주민센터 등의 대피소로 피난을 떠났던 주민 약 10만명 중 상당수는 쓰나미 경보가 해제된 후 집으로 돌아갔으나, 아직도 약 3만2000여명이 피난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배우 야스다 미사코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족과 함께 초등학교로 대피했다가 집으로 되돌아왔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겉옷을 옆에 두고 옷을 입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고 전했다.

일본 최대 명절인 설날을 맞아 축하 행사와 가족 모임 등을 갖던 일본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시카와현에 거주하는 74세 주민 스기모리 노부코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지진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면서 “집 앞 벽이 크게 갈라졌고, 가구들이 심하게 흔들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남성은 아사히신문에 “운전 중 지진이 발생했다. 차가 크게 흔들리면서 도로가 두부처럼 흐물흐물 갈라졌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면서 “경찰서는 피난민들로 넘쳐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일 발생한 강진으로 일본 이시카와현의 건물 등이 크게 훼손됐다. 교도연합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번 강진으로 건물과 기둥 등이 무너지고 흔들리는 모습과 혼비백산 상태의 사람들이 소리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올라왔다. 7층 건물이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인근 도로를 덮쳤고, 아스팔트 도로 옆 보도블록이 갑자기 위로 솟구치며 물결처럼 출렁였다.

@kenohcom 캡처

외신들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 일을 언급하며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지진이 발생한 노토반도 인근은 일본 원전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청은 이 지역의 원전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어떤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원지에서 가장 가까운 시카 원전을 담당하는 호쿠리쿠전력은 지진으로 정전과 기름 누출이 있었지만, 방사성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카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SNS에는 원전 폭발 등의 모습이 담긴 허위 사진이 올라와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해외 정상들은 일본의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나와 질(영부인)은 지진 피해를 본 일본 국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일본 국민들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기꺼이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기시다 총리는 영국의 좋은 친구이며, 우리는 일본을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고 발표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일본에 위로를 전하며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1일 최대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의 와지마 시내 대형 건물 한쪽이 땅밑으로 내려앉아 있다. 연합뉴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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