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에선 보지 못한 출근길…새벽 3시50분, 버스 첫차에 가득 찬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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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 연휴가 끝난 2일.
새해 첫 출근을 앞둔 이들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차고지 앞에 모였다.
8146번 간선 버스는 상계동 차고지에서 출발해 중랑구를 지나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운행한 뒤 회차한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한 남성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사님"이라고 인사하자 윤씨는 웃으며 "건강하세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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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 연휴가 끝난 2일. 새해 첫 출근을 앞둔 이들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차고지 앞에 모였다. 입김이 새어 나오는 추운 날씨지만 시민들은 새해 첫 출근부터 지각이라도 할까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북을 출발해 한강을 지나 강남으로 향하는 8146버스 승객의 대부분은 50대~70대의 중·장년층이다.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출근해 빌딩 등에서 청소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 아침에도 승객들은 밝은 얼굴로 버스에 올랐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덕담을 나누거나 서로 눈 인사를 나눴다. 오랜 기간 출근길을 함께하며 낯익은 얼굴들이 있어서다.
8146번 간선 버스는 상계동 차고지에서 출발해 중랑구를 지나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운행한 뒤 회차한다. 오전 3시50분부터 5분 간격으로 3대의 버스가 각각 출발한다. 8146번 버스는 지난해 1월16일 처음 운행을 시작했다. 같은 해 1월2일 민심을 듣기 위해 146번 버스를 탄 한덕수 총리에게 시민들이 버스 노선 증설을 요구하면서 8146번 버스가 신설됐다.
30년 동안 버스를 운전했다는 버스 기사 윤종수씨(69)는 "첫 차라도 차고지에서부터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 어제(1월1일)는 버스 운행을 따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한 남성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사님"이라고 인사하자 윤씨는 웃으며 "건강하세요"라고 답했다.
사람들은 팔짱을 낀 채 창문에 기대 잠을 청하거나 김 서린 창문을 손으로 닦아 내며 버스 위치를 확인했다. 서 있는 사람들도 버스 손잡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오전 4시 30분쯤 8146번 버스가 서울지하철 7호선 중화역 정류장을 지나자 버스 안은 만원이었다. 15분쯤 더 지나자 좌석 사이 공간까지 승객이 들어차 버스는 더 이상 승객을 태울 수 없었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은 서로 배려하며 훈훈한 출근길을 만들었다. 몸이 엉겨 붙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승객들은 새해 인사를 주고받거나 조금만 부딪혀도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버스 가장 뒷줄에 앉아 있던 50대 유모씨는 강남에서 1년째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첫차를 타고 출근해 오전 6시까지 도착해야 근무를 준비할 수 있다"며 "오전 5시5분쯤 강남에 도착하면 일부는 쉬엄쉬엄 일을 준비하고 급한 사람은 서둘러 직장으로 향한다"고 설명했다. 새해 소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유씨는 "올 한해도 무탈하게 보냈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한다는 나영기씨(55)는 '물가 안정'과 '청년 취업'을 걱정했다. 그는 "지난해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올해는 조금 내렸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모두 일을 안 하고 쉬고 있는데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 젊은이들이 취업을 잘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새해 소망으로 건강을 꼽은 이도 많았다. 10년 가까이 청소노동자로 일한다는 70대 이모씨는 "일이 힘들 다 보니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종합병원"이라며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골 승객 전모씨(74)도 "20년 동안 청소 일을 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며 "새해에도 무사히 일을 잘하고 싶다"고 밝혔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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