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신년 화두는 ‘반성’ 그리고 ‘혁신’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4. 1. 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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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양종희 “경쟁·생존에서 상생·공존으로”
신한 진옥동 “기존 방식 고집, 미래 보장 못해”
하나 함영주 “기존 성공방정식 더 이상 유효안해”
우리 임종룡 “작년 사회적 책임 앞장...올핸 성과내야”
NH 이석준 “원칙·기본 충실하되 농협특수성 안주말자”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의 신년사 키워드는 ‘반성’ 그리고 ‘변화를 통한 성과 창출’이었다. 작년 한해 최고의 실적을 낸 금융권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이자장사’ 비판을 받으며 어려운 한해를 보낸만큼 상생의지를 다지고,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는 혁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작년 말 8년만에 새로운 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오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작년 한해를 돌아보며 “주요 성과 기준으로 명실상부 국내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이 당기순이익 기준 압도적 1위를 달성했지만, 이는 결국 이자장사 비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부의 양극화로 사회 곳곳에 취약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면서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4대 경영전략에서도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ESG상생본부 확대 개편, 대고객 판매 철학·원칙 TFT 구성 등을 내세웠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은 ‘고객중심, 일류신한·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을 내세웠다. 진 회장은 “기존의 성공 방식만 고집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관행’의 틀, ‘안주’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 혁신과 도전에 나설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혁신과 도전의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업(業)의 윤리’”가로 말하며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강조했다.

진 회장은 ‘담대심소(膽大心小)’와 ‘이택상주(麗澤相注)’라는 말로 각오를 다졌다. ‘도량읔 넓고 크되, 마음은 늘 작은 부분까지 깊이 살피자’는 담대심소로 1등 아닌 ‘일류’로 나아가고, ‘두개의 맞닿은 연못은 서로 물을 대어준다’는 이택상주의 마음가짐으로 “상생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금융업에 대 비판에 대한 반성을 신년사에 담았다. 함 회장은 “1991년 은행 설립이래, 하나금융그룹은 수많은 위기와 역경을 이겨내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면서도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잠시 멈춰서서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상승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지만, 고금리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러한 금리체계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면서 “항변보다는, 우리의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취임해 두번째 해를 맞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실적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을 지켜냈다”고 소회를 밝히면서 “올해에는 우리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여 명확한 성과들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올해 경영목표를 ‘선도금융그룹 도약’으로 잡은 임 회장은 역량집중, 시너지, 소통을 3대 키워드로 내세웠다. 임 회장은 “우량자산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선제적 리스크관리와 함께 시장에서 요구하는 혁신역량도 갖춰 기업금융 명가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증권업 진출 대비 그룹 역량강화와 글로벌 사업 새 거점 확보를 통한 영역 확장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내부통제 체계 업그레이드와 윤리·준법 의식 강화와 소비자 권익 제고 등도 목표로 정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적과 동지의 구분이 어려운 시기에는 ‘원칙으로’, ‘기본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사업은 고객 시점에서’, ‘일하는 방식은 제로베이스로’라는 우리의 경영기조는 다시 한번 더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했다.

최우선 과제로 ‘리스크 관리’와 ‘AI(디지털)’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미래 준비’를 강조한 이 회장은 “기존 예측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잠재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또 “더 이상 농협이라는 ‘특수성’에 머물거나 안주하지 않고, ‘특별한 인생 금융회사’로 거듭나는 농협금융을 다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금융지주 회장들 뿐만 아니라 주요 시중은행 은행장들도 이날 새해 메시지를 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2024년은 KB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며 ‘고객 First·디지털 First·압도적인 초격차·현장중심’ 등 4가지 새해 경영키워드를 제시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한은행을 차별적 ‘고객몰입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전문성·능동성·도덕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경영목표와 전략에 ‘초집중’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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