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한 50대 가장 박승규씨 ‘생명 나눔’ 실천

오토바이 교통사고 뇌사상태…3명에 장기기증 후 영면

[아이뉴스24 안영록 기자] “제발 꿈에 한 번만 나와주길…”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50대 가장이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생명 나눔을 실천한 뒤 영면에 들었다.

2일 충북대병원에 따르면 박승규(59)씨는 지난 11월 2일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박씨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힘든 시간을 보냈으나, 박씨가 평소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자주 전한 것을 기억해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

그의 딸은 응급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가족들은 충북대병원에 “기증을 통해 아파하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고 한다.

박씨는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간장과 신장(좌‧우)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경북 문경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박씨는 자상하고 온순한 성격으로 가족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정적인 가장이었다. 평소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먼저 나서서 도움을 줬다.

등산을 좋아해 주변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하며 산에 오르는 것이 취미였다. 산에서 채취한 약초나 버섯을 가족과 이웃 어른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좋아했다.

박씨의 아들인 종훈씨는 “자주 찾아뵙고, 많은 것을 함께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떠나 죄송한 마음만 남는다. 함께 있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라며 “이제라도 정말 많이 사랑했고, 감사했어요”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박씨의 딸도 “정말 많이 보고 싶다. 식사 약속을 했는데 함께하지 못하고 떠난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제발 한 번만 꿈에 나와 줬으면 좋겠다”며 “열심히 씩씩하게 살아갈게요”라고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483명의 뇌사장기기증, 166명의 인체조직기증으로 숭고한 생면나눔을 실천한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청주=안영록 기자(rogiy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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