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장의 ‘실언’에 파산 위기 가중되고 있는 테니스협회

김기범 2024. 1. 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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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매우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일단 스포츠 윤리센터에서 3명의 회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 조사가 완결돼 모든 것이 소명될 때까지는 선거는 치를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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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매우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일단 스포츠 윤리센터에서 3명의 회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 조사가 완결돼 모든 것이 소명될 때까지는 선거는 치를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당시는 대한테니스협회 28대 정희균 회장이 개인 비위 혐의로 자진 사퇴해 보궐 선거가 진행 중이었다. 예종석, 곽용운, 주원홍 3명의 후보가 선거에 출마해 불과 나흘 뒤인 28일 투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국감 현장에서 이기흥 체육회장의 이 답변 한마디로 인해 테니스협회 선거는 중단됐다.

국감장에서는 국민의힘 김승수, 이용호, 이용 의원 등이 체육회장을 향해 테니스협회 선거와 관련된 질의를 했다. 정희균 전임 회장의 개인 비위부터 27대 곽용운, 26대 주원홍 협회장이 연루된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코트 소송 문제까지 폭넓게 질의했다.

국민의힘 문체위 의원들은 26대 주원홍 회장이 육군사관학교 테니스 코트 문제와, 과거 영구 제명까지 받았던 전력까지 언급하며 선거 입후보가 부적절하다는 요지의 질의를 했고, 이기흥 체육회장은 이에 대해 위와 같은 답변을 한 것이다.

이기흥 회장의 답변을 듣고 대한체육회는 즉시 테니스협회 보궐 선거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당시 체육회 측은 "스포츠윤리센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선거를 잠정 연기한다"는 입장이었다. 상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테니스협회는 선거를 중단한 채 윤리센터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고, 2개월이 지난 2023년 연말이 지날 때까지 선거는 기약 없이 연기됐다.

이기흥 체육회장의 국감장 발언 직후 대한체육회가 보낸 선거 중단 요청 공문.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이기흥 회장의 답변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이 회장의 국감장 답변과 달리 스포츠 윤리센터는 28대 정희균 회장의 개인 비위만 신고 접수해 조사했을 뿐, 곽용운-주원홍 전임 집행부의 육군사관학교 코트 문제는 단 한 건도 조사하지 않았던 거로 밝혀졌다. 윤리센터의 한 관계자는 "신고 접수된 정희균 회장의 배임과 횡령 의혹은 조사 대상에 있지만, 그 전임 집행부의 일들은 따로 민원이 들어오지 않아 조사한 바 없다"고 밝혔다.

체육회장의 '실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궐 선거가 무기한 중단되자, 일부 테니스계 원로와 시도 테니스협회장들이 12월 초 대한체육회를 직접 방문해 이기흥 회장과 면담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이 회장은 '가짜 뉴스'에 가까운 발언으로 논란을 가중시켰다. 당시 면담에 참석한 한 테니스 관계자는 "이기흥 회장이 스포츠 윤리센터로부터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고, 그 결과 센터가 해당 후보들의 비위 사실에 대해 경찰 조사를 의뢰한 거로 알고 있다고, 우리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 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적으로 윤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독립 기구로 대한체육회장에게 조사 내용을 발설해서는 안 되고, 보고해야 할 의무조차 없다. 윤리센터 관계자는 "테니스협회 관련한 조사는 정희균 전 회장 개인 비위 외에 조사한 바 없고, 이 조사와 관련해 체육회와 공유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대한테니스협회 보궐 선거에 출마한 3명의 후보.

결국, 체육회장이 국감장에서 일부 정치인들의 질의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말하면서, 정상화가 시급한 대한테니스협회는 회복 불능의 위기로 치닫게 됐다. 협회는 현재 육군사관학교 테니스 코트 관련 소송에서 패해, 미디어 기업인 미디어윌에 40억 원이 넘는 부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고, 매월 이자만 5천만 원 이상 쌓여가고 있다. 미디어윌과 협상에 나서야 할 신임 협회장 선출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일각에서는 협회 파산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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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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