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시민’ 따르겠다는 한동훈의 ‘김건희 특검’ 딜레마
당 일각 우려 표출…“언행불일치 대신 국민 눈높이 맞춰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신년부터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는 난관에 부딪힌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공식 석상과 당 홍보물을 통해 '특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국민 과반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당 일각에선 불안감이 감지된다. '동료시민의 목소리'를 강조한 한 위원장이 '김건희 특검 수용 불가'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지 주목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미래'와 '동료시민' 등 한동훈 위원장의 어록을 총선 홍보 문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당 차원에서도 최근 각 지역 당원협의회에 해당 문구를 현수막 등에 포함시킬 것을 공문으로 지시하며 한동훈 비대위를 지원사격하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메시지를 통해 국민들의 '호감과 공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서울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앞으로 당을 단결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추켜세웠다. 서울 지역구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도 "비대위원 인선 등에서 한 위원장의 기조와 리더십이 돋보인다"며 "앞으로 수도권 위기론 등 당내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한동훈 비대위의 메시지'와 '한동훈의 메시지'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과의 괴리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한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특검'을 두고는 여론과 상반된 입장을 밝히면서다.
실제 최근 발표되는 여론은 '특검법 필요' 주장이 압도적으로 높은 분위기다. 지난 1일 발표된 경향신문 여론조사에서도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적절' 응답이 62%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여론조사도 '부적절'이 65%에 달했다. 두 여론조사 모두 7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부적절'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는 특검법을 '악법'으로 치부하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대통령실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도 김 여사 특검법을 반대하는 카드뉴스 홍보글이 한 위원장 취임(26일) 이후 연일 게재되고 있다. 해당 홍보물엔 "거야의 입법횡보 쌍특검" "특검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라" "특검법은 그분(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 위한 정쟁특검)" "민주당의,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쌍특검" 등의 문구가 포함됐다.
이에 여권 내부에서도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 출연해 "한 위원장은 앞으로도 선거를 지휘할 총 책임자"라며 "국민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지 않고 말과 행동이 다르단 인식 나오면 앞으로 국민들에게 소구력 있는 메시지를 내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도 통화에서 "당 내부에서도 특검을 거부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건희 특검'에 대한 민심과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호감도가 연동되어 움직일 시, 여당의 총선 전략이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만약 대통령실처럼 특검을 거부하면 야권의 정치 공세가 더 강해지고 의혹이 쌓여서 시끄러워질 것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구도로 갈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라며 "당장은 불리하더라도 논란을 끊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 위원장에게도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경향신문-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는 1001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는 1017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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