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역대 아시안컵 최강 전력?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60)은 오는 13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 출사표에서 “큰 선물(우승)을 드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상을 바라보면서도 결과가 나쁠 때를 걱정하게 마련인 지도자로는 이례적인 장담이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의 전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첫 훈련에 돌입하는 태극전사들의 이름값에 절로 수긍이 간다.
먼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초의 득점왕인 손흥민(32·토트넘)이 주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도 12골로 EPL 득점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역대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에 버금가는 월드 클래스가 대표팀을 이끌었던 것은 차범근 전 감독이 활약했던 1972년 태국 대회(준우승)가 유일하다.
클린스만호에서 손흥민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EPL 3년차에 톱 클래스 골잡이로 발돋움한 황희찬(28·울버햄프턴)과 아시아를 넘어 유럽 최고를 노리는 수비수 김민재(28·뮌헨), 프랑스 최고 명문의 주전 미드필더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이재성(32·마인츠)과 황인범(28·즈베즈다), 조규성(26·미트윌란), 정우영(25·슈투트가르트) 등이 곳곳에서 힘을 보탠다. 아시아에서 정예 멤버의 기준으로 자리매김한 유럽파 숫자가 역대 최다인 12명에 달하다보니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21세기 아시안컵을 살펴보면 유럽파 숫자에서 2000년 레바논 대회(1명)와 2004년 중국 대회(4명),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3명), 2011년 카타르 대회(6명), 2015년 호주 대회(4명), 2019년 UAE 대회(7명) 등과 큰 차이가 난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클린스만호의 전력은 이미 ‘양박쌍용’(박지성·박주영·기성용·이청용)이 버티는 2011년 카타르 대회 멤버를 뛰어 넘었다”면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느낌까지 준다. 한국을 떠나 아시아에서도 역대 최고의 전력이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다.
클린스만호의 막강한 전력은 숫자에서도 잘 드러난다. 유럽축구 이적전문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대표팀의 몸값(이적료) 총액은 1억 8800만 유로(약 2697억원). 대표팀의 종전 최고 몸값인 2019년 UAE 대회의 1억 3465만 유로(약 1931억원)를 훌쩍 뛰어 넘었다. 아시아 전체를 따졌을 때도 한국보다 몸값이 비싼 나라는 일본(2억 5460만 유로·약 3651억원)이 유일하다.
그러다보니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정상을 다툴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과 함께 16강에 오른 일본은 최근 A매치 9연승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선 아시아 최고인 17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토너먼트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에이스에서 일본을 압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축인 미토마 카오루(27·브라이튼)이 발목 부상으로 여전히 참가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한국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클린스만 감독도 “일본과 결승전에서 만나고 싶다. 라이벌인 일본과 특별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우승을 자신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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