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봄배구’…전광인은 현대캐피탈과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남자배구 현대캐피탈의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33)은 선수단 주장을 맡아 2023~2024시즌을 시작했다. 선수단 리더로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큰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지난 시즌 막판 다친 발목이 100% 회복되지 않아서다. 그는 지난해 3월9일 한국전력과 2022~2023시즌 6라운드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팀과 ‘봄배구’를 함께 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비시즌에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자배구 대표팀에 차출된 터라, 오롯이 새 시즌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도 어려웠다. 전광인은 부상과 국제대회 여파 등으로 시즌 초반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팀 성적 부진까지 겹치며 2라운드 만에 주장직을 내려놓았다. 그는 지난해 12월5일 삼성화재전을 끝으로 경기에 출장하지 않고 회복에만 전념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전광인이 빠진 사이, 팀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9시즌째 현대캐피탈을 이끌던 최태웅 감독이 21일 지휘봉을 내려놓고 팀을 떠나게 됐다. 최 전 감독의 믿음을 바탕으로 주장까지 맡았던 전광인이 받은 충격도 컸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감독님을 위해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의 굳은 결심은 20일 만에 치른 복귀전에서 달라진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전광인은 24일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블로킹 2개, 서브에이스 1개 포함 12점을 기록, 아흐메드 이크바이리와 허수봉과 함께 ‘삼각편대’를 이뤄 팀 공격을 이끌었다. 전광인의 합류로 공격이 살아난 현대캐피탈도 셧아웃(3-0) 승리를 거뒀다. 전광인은 나흘 뒤 다시 만난 한국전력을 상대로 두 자릿수 득점(11점)을 올렸고, 이번에도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을 세트 점수 3-0으로 완파했다.
선두 우리카드도 현대캐피탈의 기세를 누르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계묘년 마지막 날이었던 31일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으며 3연승을 질주했는데, 이때 전광인은 블로킹 3개 포함 16점으로 훨훨 날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이 대한항공에 무릎 꿇는 장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전광인의 목표는 여전히 ‘봄배구’다. 꾸준히 발목 관리를 한 덕분에 남은 시즌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을 거란 자신감도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승점 25점(7승13패)으로 리그 6위에 위치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있는 4위 한국전력(승점 29점·10승10패)과 승점 격차는 4점에 불과하다. 전광인은 바람대로 팀과 함께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너무 늦진 않았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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