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새해 축전으로 본 중국외교…대미관계 안정화, 대북·러 우호협력 강화 추진

이종섭 기자 2024. 1. 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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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 파일롤리 이스테이트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함께 산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를 맞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전을 교환했다. 축전에서는 미국과의 대화 기류를 이어가며 관계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북한·러시아와의 전통적인 우호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올해 대외 정책 방향이 읽힌다.

대미 관계 최우선, 지속되는 긴장 속 안정화 추구할 듯

올해 중국 외교의 최우선 순위는 역시 대미 관계다. 중국은 미국과의 지속적인 긴장 속에서 대화를 통한 관계 관리와 안정화를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새해 첫 날인 전날 미·중 수교 45주년을 기념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양국은 실제 행동으로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중·미 관계 항로의 키를 잡고, 양국 인민에 행복을 가져다주며 세계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입장에서는 올해 침체된 경제 상황을 되살리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비롯한 대외 환경의 안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시 주석은 새해 축전을 통해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연해진 미국과의 대화 기류를 이어가면서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중 관계 전문가인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은 세계가 직면한 현재의 도전 과제를 고려해 협력의 관점에서 (미·중) 관계를 바라보고 있다”며 “새해 양국 정상간 교류는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 안정과 발전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주펑(朱鋒) 난징대 교수도 “새해 축전 교환은 올해 중·미 관계의 좋은 징조”라며 “그것은 소통의 문이 활짝 열려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올해 고위급 접촉과 다양한 분야에 걸친 대화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간 대화 기류 속에서도 양국 관계의 기본 틀은 바뀌지 않는 만큼 긴장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특히 올해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양국 관계의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뤼 연구원은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미국은 관계 회복을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며 “선거의 해로 접어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있고, 그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관계 있어 긍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위기 이후 소통 채널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위기 후 대화가 아니라 위기 전 예방”이라며 “양측의 이견은 양국 관계의 위기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수교 75주년 계기로 북·러와 전통적 우호 관계 확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스푸트니크·AFP연합뉴스

미·중 관계가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중국 대외 정책에 있어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것이 대북·대러 관계다. 중국은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대북·대러 관계 강화를 통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협상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은 새해 첫날 김정은 위원장과도 축전을 교환하면서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를 ‘중·조 우호의 해’로 정해 일련의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공고히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방침”이라며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북·중간 고위급 교류 등이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이 신년을 맞아 가장 먼저 축전을 교환한 정상은 푸틴 대통령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수교 75주년을 맞은 중·러 관계의 역사는 영원한 선린 우호와 전면적 전략 협력, 호혜적 협력·상생의 관계가 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고 시대 발전 조류에 순응하는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교류를 유지하면서 상호 신뢰 증진과 협력 확장, 우호 전승을 이끌어나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중국 관측통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관계, 특히 무역과 첨단기술, 글로벌 거버넌스, 인적 교류 등에 있어 협력을 더욱 안정·발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반면 중·미 관계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도발적 군사 행동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들과 지나치게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또한 올해 외교 정책에 있어 하나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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