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아파트 화재에 시민들 불안…"먼저 상황 파악 후 대응해야"
"작은 불 아니면 무리한 진화보다 긴급대피…대피 시 현관문 닫아야"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최근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거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불이 나면 연기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다급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디로, 어떤 방법으로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쉽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불이 났을 경우 무조건 대피하는 것보다 불이 난 위치와 연기의 확산 정도를 파악해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 아파트 형태와 층고에 맞춰 화재 시 대피로를 미리 숙지할 것을 권유한다.
잇따르는 아파트 화재…불안한 입주민들
2일 오전 7시 15분께 경기 군포시 산본동 15층짜리 한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사망자와 중상자 1명은 화재 발생 세대 거주 주민이었고, 나머지 13명은 이웃들이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수원시 권선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7층에서 불이 나 주민 3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수원시 영통구의 20층짜리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나 1명이 다치고 3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였던 같은 달 25일에는 서울 도봉구 방학동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 중 1명은 7개월짜리 딸을 안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가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처럼 최근 아파트 화재가 잇따르자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가정용 소화기나 간이 방독면 등 스스로 안전용품을 구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수원에 사는 김모(35) 씨는 "집이 구축 아파트 고층이고 옥상으로 대피할 수도 없는 구조여서 불이 나면 어떡하나 평소에도 걱정이 많았다"며 "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식구 수 대로 방독면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내 집에 불났다면?…"불길 커지면 무리한 진화보다 대피가 우선"
소방청 등에 따르면 집 안에 불이 난 것을 발견했을 때는 가장 먼저 '불이야'라고 외치거나 비상벨을 눌러 주변에 알려야 한다.
이후 자체 진화를 시도할지 말지 판단해야 하는데, 불길이 천장까지 닿지 않은 작은 불이라면 소화기나 물 양동이 등을 활용해 빠르게 진화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불길이 이미 커진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이때는 젖은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담요 등으로 몸을 최대한 감싸며 계단을 통해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집안 내 전자 및 화학제품이 늘어 연소 확대가 빠르고, 이로 인한 유독가스 발생량도 많아졌기 때문에 대피를 미루고 무리하게 자체 진화를 시도하다간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다만 대피할 때 현관문을 열어두고 나갈 경우 내부의 불길과 연기가 외부로 확산하는 통로가 될 수 있으니, 반드시 닫고 대피해야 한다.
소방 관계자는 "과거에는 불이 날 경우 자체 진화와 직접 신고가 더 우선됐다면, 최근에는 빠른 대피의 중요성이 좀 더 강조되고 있다"며 "일단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후에 119에 신고하고, 아주 작은 화재일 경우에만 자체 진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웃집 화재 시 무조건 '집밖 대피'보다 '상황 맞춰' 대응 필요
집 내부가 아니라 이웃집 등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무조건 대피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살펴 대응 방법을 정해야 한다.
불이 났더라도 자기 집에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세대 내에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하고,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문과 창문을 닫는 것이 좋다.
소방청은 집 안으로 연기와 불길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내 집에서 불이 났을 경우와 같은 요령으로 재빨리 탈출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다.
다만 이는 현관을 통해 대피가 가능하고, 지상층이나 옥상이 가까운 경우에 해당한다.
공동주택 화재는 대부분 발화지점과 발화 층으로 연소 범위가 제한돼 다른 층으로 연소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섣불리 움직이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
현관 등에서 불이 나 밖으로 대피하기 어려울 때는 실내 대피 공간이나 경량 칸막이 등 집 안에 대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옮겨 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은 후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옥상으로의 대피가 어려운 고층 거주자의 경우도 무리하게 대피하는 것보다 불길이 어느 쪽 방향으로 치솟는지, 연기가 계단을 타고 올라오진 않는지 등을 살핀 뒤 움직여야 한다.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별로 구조가 다르고 거주 층수나 화재 발생 위치에 따라 대응 요령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개별 아파트 차원에서 상황에 맞는 대피 방법을 알아두고 전파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창문 등으로 뛰어내리는 건 정말 최후의 수단이며, 자기 집에서 불이 난 경우가 아니라면 대피 공간에서 틈새를 막고 머무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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