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하긴 좀 민망하고…" 시진핑의 서가 속 새 사진 3장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1. 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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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SCMP 등 신년사 서가 새 사진 분석 '일대일로포럼·3연임 성공·가족' 메시지 전달
신년사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주변 서가 풍경. /AP=뉴시스

14억 중국 인민들에게 신년사를 전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위에 중국 정부가 올해도 새로운 사진들을 배치했다. 국제사회 주도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위상을 강조하고 이를 이끌어낸 시 주석 3연임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한편,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해 어려운 시기를 참고 견디자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시 주석은 2023년의 마지막 날인 지난해 12월 31일 밤 관영언론을 통해 2024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시 주석은 베이징 중난하이 내 집무실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직접 언급하고 "새해 경제 회복을 공고히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통일은 필연"이라며 통일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매년 시 주석의 신년사 만큼이나 눈길을 끄는건 시 주석의 집무실 풍경이다. 만리장성이 가득 채운 배경은 그대로지만 만리장성 주변 서가에 배치되는 사진들은 교체된다. 중국 내에서는 시 주석이 이 사진들 통해 직접 자화자찬하기는 정치적 부담이 있지만 인민들에게 꼭 전해야 하는 메시지를 은근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3년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 3회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포럼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CCTV

2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24년 신년사 영상에서 시 주석의 책꽂이에 새로 등장한 사진을 크게 세 종류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진행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포럼에 운집한 세계 각국 정상들의 기념 사진, 두 번째는 본인의 3연임 임기를 시작하며 선서하는 모습, 세 번째는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등 가족과 찍은 여러 장의 사진들이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의 가장 대표적인 대외전략이며 미국 등 서방에 대항하는 세력권을 형성하고자 하는 중국의 열망의 표현이다. 지난해는 특히 시 주석이 일대일로를 주창한 지 10년째 되는 해로 대대적인 행사가 중국에서 열렸다. 시 주석은 당시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 더 수준높은 개발을 촉진, 협력하고 상호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국제정세 속에서 하나의 구심점이 되고자 한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도 "중국은 발전을 추구하면서 세계를 포용하고 대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에 참석한 정상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도열한 사진을 공개한 건 중국이 제3세계 국가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일군의 세력을 이끄는 주도국이 됐다는 선언이다.

3연임을 결정짓고 중국 헌법에 선서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CCTV

두 번째 사진은 시 주석이 초유의 3연임을 성사시키고 선서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전례없는 세 번째 주석 임기를 시작했다. 사실상 종신주석이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시 시 주석은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인준을 받은 뒤 빨간색 가죽으로 표지가 덮인 중국 헌법 사본에 왼손을 올리고 오른손 주먹을 들어올려 선서했다.

공산당과 군의 수장으로 세 차례에 걸쳐 임명되면서 시 주석은 현대화한 중국의 역대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군림하게 됐다. 좌충우돌 하고 있는 일대일로지만 어쨌든 매년 규모를 키워가며 해외서 중국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를 주도한 시 주석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더욱 단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두 장의 사진에 담겼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세 번째 메시지가 바로 '가족사진'의 함의다. 시 주석의 서가에는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부총리였던 아버지 시중쉰의 사진과 부친 내외와 아들 내외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 등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시 주석 부부가 어린 딸과 함께 찍은 사진도 모습을 보였다.

젊은 시진핑 내외와 어린시절의 딸./사진=CCTV

시 주석이 다수의 가족사진을 배치한 건 전통적 가족가치를 육성하겠다는 지론과 일치한다. 가족을 중심으로 단결해 서구의 이념공세 속에서도 중국의 가치를 지키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사회의 결속을 유지하자는 거다. 버티자는 거다.

중국 언론도 앞다퉈 시중쉰을 재조명하고 있다. 시중쉰은 시 주석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배경이다. 부총리를 지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중국의 혁명원로다. 시 주석의 정치초년병 시절 커리어 설계를 시중쉰이 했다. 그는 치매를 앓다가 2002년 별세했는데, 1999년 건국 50주년 행사서 시 주석에게 가장 큰 선물을 남긴다. 악화한 건강으로 주변은 물론 가족들도 강하게 만류했지만 완강히 천안문 성루에 올랐다. 몸을 돌보지 않는 대원로의 격려에 당시 장쩌민 주석과 후진타오 부주석, 원자바오 부총리가 크게 감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푸젠성의 지방 간부였던 아들을 이 행사 모든 일정에 대동했고 아들은 쾌속으로 당 중앙에 진입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와 부친인 시중쉰 전 부총리 내외./사진=CCTV

한편 시 주석은 새로운 세 가지 메시지 이외의 사진들은 모두 경제적 성과를 홍보하고 경제 회복 의지를 다지는 데 할애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저장성 동부 이우시를 찾아 주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사진과 10월 시노펙 장시성 지사를 방문한 모습, 광둥성과 광시성 현지 농업을 지도하고 홍수 피해지역을 위로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함께 공개됐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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