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구독료 없는 FAST, OTT 시청자 유혹
스마트 TV 많이 쓰는 북미시장 폭발적 성장
OTT 비용·작품 선택 피로감에 대안 떠올라
국내 대표주자는 '삼성TV 플러스'·'LG채널'
침체빠진 유료방송 업계서도 새 먹거리 주목
날이 갈수록 부담스러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구독료에 지갑이 휘청인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유료방송이 스트리밍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무료'를 내세운 FAST(Free Ad Supported Streaming TV)가 대항마로 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는 활발히 서비스를 확장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 북미 주름 잡은 FAST, 새 먹거리 떠올라 =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TV인 FAST는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삼성TV 플러스, LG채널 등이 있고, 글로벌 채널로는 파라마운트의 '플루토TV', 로쿠의 '더 로쿠 채널', 컴캐스트 '쥬모', 폭스의 '투비' 등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24시간 돌아가는 채널로, 광고 건너뛰기 없이 시청하는 구조다. 편성된 콘텐츠만 스트리밍 채널 방식으로 재생돼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찾고 선택하는 OTT와 달리 전통적 개념의 서비스에 가깝다.
FAST는 스마트TV 보급률이 높은 북미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새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미국 시청자 3명 중 1명은 FAST 채널을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FAST 플랫폼인 '프리비'의 지난해 시청률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고, 플루토TV는 같은 기간 7%, 투비 6%, 로쿠 5% 등이 뒤를 이어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월 기준 미국 내 FAST 채널은 1600여개에 달한다.
FAST의 광고 수익도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전문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FAST에서 발생한 전 세계 광고 수익은 60억 달러(약 7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올해는 86억5000만 달러(약 89조원), 오는 2028년에는 180억 달러(약 802조원)까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특성 따라 콘텐츠도 다양, 케이블TV도 속속 참여 = 특히 미국에서 FAST 콘텐츠의 다양성이 돋보인다. KOCCA(한국콘텐츠진흥원)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최대 히스패닉 미디어 유니비전은 스페인어 전문 FAST 플랫폼 '빅스'를 내놨다. 디쉬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슬링TV'는 지난해 FAST 서비스 '슬링 프리'를 론칭해 스페인어 외에도 독일어, 그리스어 등의 FAST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중동에서도 로컬 OTT 플랫폼인 샤피드, 웨이야크, 로야TV 등이 FAST 채널을 개설했다.
유료 플랫폼 진출도 활발하다. 아마존 프라임도 FAST 시장에 진출해 자사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공하고 있고,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등 케이블TV 방송들도 FAST에 뛰어들고 있다.
◇ 삼성·LG, 스마트TV 확장 전략에 콘텐츠 강화 = 국내에서는 삼성·LG전자 등 TV 제조사와 CJ ENM, 뉴아이디 등 콘텐츠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FAST 서비스인 '삼성TV 플러스' 출시 국가는 24개까지 늘어났고, 채널 개수도 2000개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UI(이용자인터페이스) 업데이트로 쉽게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KT알파와 협업해 영화 VOD(주문형비디오) 콘텐츠를 1000여 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 또한 FAST 서비스 'LG채널'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5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재 총 27개국에 3000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마트TV 플랫폼을 확장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부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FAST의 성장동력 중 하나로는 스트리밍과 달리 큰 화면이 꼽히는 만큼 스마트TV가 전통적인 TV 시청을 선호하는 시청자를 유입하는 매력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 스트림플레이션·피로도에 OTT 대신 FAST 선택하는 시청자= FAST의 빠른 성장은 날로 높아지는 OTT 구독료와 피로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OTT 서비스는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찾아보는 매력이 있지만, 어떤 콘텐츠를 보고 싶은지 선택이 어려운 시청자 입장에서는 선택 과부하로 피로도를 주기도 한다는 약점을 파고든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패드 등 별도 기기를 구매 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부담도 덜하다. 무엇보다 매력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광고만 시청하면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유료방송 구독료가 월 평균 104달러(약 13만원)에 달할 정도로 높아 FAST가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고 평가된다.
◇ 성장률 1% 미만 韓 유료방송, FAST로 위기 극복해야= OTT의 공격적 성장으로 가입자 둔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료방송 업계도 FAST를 새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전년 대비 0.27% 늘어나 두 번 연속 1% 미만 성장에 그쳤다. FAST가 케이블TV 방송 구독자 감소를 막고 광고 수익 증대로 새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돕는다는 주장이다. 반면, 유료방송 APRU(가입자당수익) 수익이 낮은 국내는 미국과 달리 FAST가 정착하기 어려운 토양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유료방송 ARPU가 높고 광고 단가도 커 수익을 나눌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광고시장도 포화하고 채널도 많아 FAST 안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흡입력 있는 독점 콘텐츠 확보와 채널 단위 형태 SVOD(구독형과금)로 비즈니스 형태 변화가 이뤄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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