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산업구조 개혁 선봉장 돼야"
글로벌 사업 강화·내부통제 관리 확립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구조 개혁 선봉장으로서의 산업은행 역할을 강조했다. 또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 회복을 위해 새로운 경제성장 축을 조성해야 한다는 과제도 제시했다.
강석훈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이 같은 메시지를 담았다. 강석훈 회장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초격차기술을 확보하고 미래 유망기업을 발굴·육성해야 한다"며 "자본확충을 통해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하고 산업육성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는 등 산업은행이 산업구조 개혁의 선봉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의 새로운 축 조성을 두 번째 과제로 삼았다. 특히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중심의 남부권을 경제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강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의 명분이기도 하다.
강 회장은 "국가경제 재도약을 위해 산업자본이 풍부하게 축적된 부울경 중심의 남부권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지자체와 손을 맞잡고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미랜 신산업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고, 지역 특화 혁신창업타운을 조성해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도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역 벤처 생태계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강 회장은 글로벌 사업 강화와 내부통제 관리 확립 등을 올해 추진해야 할 4가지 과제로 삼았다.
다음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신년사 전문.
산업은행 임직원 여러분,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꿈과 희망을 향해 힘차게 승천하는 푸른 용의 기운을 받아 올 한해 여러분이 소망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전국 각지와 해외 먼 타지에서 밤낮으로 고생하고 계신 직원분들께도 따뜻한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제가 산은 회장으로 취임한 지 벌써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취임 직후 정책금융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더 큰 KDB'를 향한 산은 호(號)의 진로를 조정하였습니다.
새로운 비전과 기치 아래 점점 꺼져가는 경제성장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12조원 규모의 '초격차산업 지원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첨단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경제안보를 굳건하게 뒷받침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였습니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軸)을 조성하기 위해 동남권에 특화된 금융 인프라를 갖추었습니다. 벤처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도 혁신성장 지원을 꾸준히 이어가며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도 앞장서 나갔습니다.
조선·자동차 산업에 이어 항공·해운업 구조조정에 힘을 쏟으며 산업재편의 기틀 또한 닦아왔습니다.
새로운 산은 호가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한 산은 가족 여러분의 노고 덕분입니다.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저는 작년 신년사에서 2023년은, '초(超)위기에 초(超)대응'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2024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전대미문의 '초(超)불확실성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미국 대선을 비롯하여 역대 최다인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며,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변수가 경제의 향방을 크게 좌우할 것입니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제 블록화와, 자국의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고려하는 경제안보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교역량은 정체되고, 각국의 기업들은 초격차 기술 개발과 새로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불투명한 경제 전망으로 기업들의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는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기업 부실화의 확대와 부동산시장발 금융 불안의 여파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감소 속도는 14세기 흑사병이 몰고 온 유럽의 인구감소 속도보다 빠르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초(超)불확실성의 시대' 속에 단순 저성장이 아니라 '초(超)저성장의 늪'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 생존의 기로 앞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산은 호가 더욱 속력을 높여 망망대해를 힘차게 헤쳐 나가야만 합니다.
산은 임직원 여러분, 세계적인 물의 도시, 베네치아 주변에는 커다란 나무 말뚝들이 여기저기 꽂혀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이 얕아 제대로 된 길로 가지 않으면 배가 고립될 우려가 있기에 뱃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표지 역할을 하는 말뚝들을 세운 것입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기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베네치아 뱃사람들의 지혜를 떠올리며 우리만의 말뚝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올해 우리가 중점적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할 목표를 크게 네 가지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산업개혁 선도'입니다. 기술이 국가를 방위하는 경제안보 시대에 한 국가의 기술력은 곧 군사력이자 경제력이나 다름없습니다. 세계 주요국들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첨단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등 기술 패권 경쟁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를 비롯한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초격차기술을 확보하고 미래 유망기업을 발굴·육성해야 합니다. 산업은행이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산업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착실하게 세워나갑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을 통해 자금공급 여력을 확보하고 산업육성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한국의 미래세대를 먹여 살릴 초격차기술과 첨단전략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적극 선도함으로써 산은이 '산업구조 개혁'의 선봉장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성장의 새로운 축(軸) 조성'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바람 빠진 뒷바퀴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앞바퀴에만 의존하여 힘들게 굴러가는 이륜구동 차(車)와 같습니다.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이끌어 온 지역경제는 급격한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로 인해 공기 빠진 타이어처럼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국가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산업자본이 풍부하게 축적된 부·울·경 중심의 남부권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軸)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지자체와 손을 맞잡고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미래 新산업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고, 지역에 특화된 혁신창업타운을 조성하여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도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역 벤처 생태계를 키워나가야 합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륜(前輪)과 후륜(後輪)이 모두 동력을 받아 험로와 빙판길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사륜구동 경제, 산은이 일궈냅시다.
셋째,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입니다. 그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KDB란 이름은 여전히 생소하고 미약하기만 합니다.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과 어깨를 견주며 K-금융을 이끌 맏형이 되려면 스스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세밀한 계획과 촘촘한 준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는 한편, 기존 네트워크의 대형화·현지화를 통해 해외 영업자산을 점진적으로 늘리면서 성장기반을 내실있게 다져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1년 짧은 시간 중동과도 서로 신뢰를 쌓으며 협력의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유동성이 메말라가는 상황에서 중동의 국내 투자유치는 우리 기업에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중동이 한국경제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넷째, '내부통제 관리체계 확립'입니다. 불확실성이 만연한 때에는 기존에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사실조차 정말 맞는지 한 번 더 의심하고 거듭 고민해봐야 합니다.
일상적으로 처리하는 단순 반복 업무일지라도,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산출되는 데이터라 할지라도, 작은 디테일과 극단의 아웃라이어(Outlier)까지 확인하는 완벽함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사소한 것이 완벽을 만들고 완벽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닙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격언을 되새기며, 산은이란 탑에 금이 가지 않도록 신용관리, 리스크관리, 자금 및 자본관리, 소비자 보호 등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빈틈없이 강화해 나갑시다.
산은 임직원 여러분, 올해는 산업은행이 고희(古稀)를 맞이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올해 71세를 시작하는 산업은행의 키워드는 'Again, KDB Pride'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와 산업을 현장에서 이끌어가는 미래선도 Pride, 첨단 금융기법과 글로벌 금융경쟁력으로 대한민국의 금융산업을 이끌어가는 금융선도 Pride,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안정을 최전선에서 관리하는 금융안정 Pride, 우리 스스로 KDB Pride를 가져야 합니다.
Pride는 누가 대신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열정과 노력이 KDB Pride로 연결되고, KDB Pride가 더 큰 KDB를 만들 것입니다. Pride로 무장한 더 큰 KDB가 앞장서서 초저성장이라는 격랑(激浪)을 이겨냅시다.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창출하는 더 큰 KDB'로서 초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고 재도약을 위한 힘찬 항해로 위대한 산은을 만들어 나갑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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