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美? "ASML, 유예기간 남았는데 압박에 中 선적 취소"

블룸버그 "美정부, ASML 유예기간 종료 전 출하 취소 요구"

/사진=블룸버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대중국 출하 계획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이번 취소는 새로운 반도체 규제 발효 전 유예기간에 나온 것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앞으로 더 심화해 반도체 업계의 피해가 커질 거란 우려를 키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ASML이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금지가 발효를 몇 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요청으로 일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의 중국 출하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인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업체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인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 '포토공정'에 필요한 설비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길 때 빛을 이용한다. ASML 제품 중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은 2019년부터 제한됐다. DUV 노광장비는 지난해부터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됐었다.

그러다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출시에 미국이 규제 강도를 높이면서 네덜란드도 올해부터 DUV 노광장비 수출을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출시된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최첨단 칩이 ASML의 노광장비로 만들어졌다고 판단, 네덜란드 정부에 ASML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ASML은 새로운 반도체 규제가 완전히 발효되는 이달까지 최첨단 DUV 노광장비 3대를 중국 기업에 출하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이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ASML 측에 출하 취소를 요청했고, 결국 ASML의 중국 수출 허가가 일부 취소된 것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매출의 국가별 비중 /자료=ASML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말 네덜란드 정부 측에 ASML의 대중국 수출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자 네덜란드 정부는 ASML에 직접 접촉하라는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외신은 ASML의 이번 출하 취소를 두고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도가 더 높아질 거란 신호"라고 해석하며 ASML의 매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같은 해 1분기의 8%에서 크게 늘었다.

한편 ASML은 이날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2023년 NXT:2050i, NXT:2100i 노광장비 수송 면허를 부분적으로 취소해 중국 내 일부 고객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미국 정부와 논의에서 미국 수출 통제 규정의 범위와 영향에 대한 추가 설명을 얻었다"며 미국의 최신 반도체 수출 규제와 이번 출하 취소가 2023년 재무 전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