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실/이실비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시]

2024. 1. 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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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죽은 거 알아?
또보겠지 떡볶이 집에서
묻는 네 얼굴이 너무 아름다운 거야

이상하지 충분히 안타까워하면서 떡볶이를 계속 먹고 있는 게 너를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게

괜찮니?
그런 물음들에 어떻게 답장해야할지 모르겠고

겨울이 끝나면 같이 힘껏 코를 풀자
그런 다짐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이

아직도 코를 흘리고 있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가 손톱을 벗겨내는 속도를 이기길 바랐다

다정 걱정 동정
무작정
틀지 않고

어두운 조명실에 오래 앉아 있었다

초록색 비상구 등만
선명히 극장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이것이 지옥이라면

관객들의 나란한 뒤통수
그들에겐 내가 안 보이겠지

그래도 나는 보고 있다

잊지 않고 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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