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수요가 걱정된다고?…이렇게 빨리 큰 산업 봤나"

부다페스트(헝가리)=최경민 기자, 부다페스트(헝가리)=강주헌 기자 2024. 1. 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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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전기차·배터리 RELOAD]⑤'유럽 배터리 허브' 꿈꾸는 헝가리의 시각
[편집자주] 2024년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재장전(reload) 타이밍이다. 2023년 동안 증폭됐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뒤로 하고 추진력을 다시 확보할 때다. 기업들은 한 발씩 흔들림없이 나아가고 있다. 미래 전기차 시장을 향해 언제든 회심의 한 발을 날릴 수 있는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카데리약 피터(Kaderjak Peter) 헝가리배터리협회(HUBA) 회장/사진=최경민 기자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를 왜 걱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빨리 커온 산업을 찾아볼 수 있었나요?"

카데리약 피터(Kaderjak Peter) 헝가리배터리협회(HUBA) 회장은 지난달 5일 부다페스트 기술경제대학 내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카데리약 협회장은 헝가리의 경제학자이자 에너지 전문가로, 혁신기술부 차관 등 공직도 두루 역임한 인물이다. 최근에는 HUBA의 얼굴 격으로 현지 정부와 기업 간 협력 촉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데리약 협회장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시장의 최근 우려는 과대평가됐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질 때 악수를 나누며 마지막으로 한 말도 "그런 우려가 도대체 왜 나오는지 도저히 모르겠다"였다. 최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수요 증가세가 다소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매년 가파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으며,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게 카데리약 협회장의 진단이었다.

실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는 723만대로 전년비 35.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판매 증가율(10%)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수요 증가폭 정체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유럽 조차도 전년 대비 46.9% 증가한 147만2000대의 전기차를 팔아치웠다.

그는 "헝가리의 경우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초록색 번호판을 달아주는데, 1년 전에는 그 수량이 4만6000대에 불과했다"며 "현재는 8만대가 넘었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차 산업에 여러 브랜드들이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그 효과가 가격 인하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상류층에 속했는데, 가격이 중산층도 구매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오면, 수요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헝가리 경제개발부의 파비안 게르게이(Fabian Gergely) 차관/사진=강주헌 기자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국가적 과제로 키우고 있는 헝가리 정부 역시 카데리약 협회장과 같은 시각이었다. 헝가리 경제개발부의 파비안 게르게이(Fabian Gergely) 차관은 "유럽에서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되기 때문에, 2030년쯤에는 자동차의 50% 정도가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및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전기차 생태계 미비로 수요가 주춤한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2024년들어 수요 증가폭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고, 2025년에는 판매가 더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트렌드 상으로 볼 때 2026년이 되면 전기차의 생산이 내연 기관차의 생산을 앞지를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헝가리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연 40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250GWh까지 확대하며 유럽의 배터리 허브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헝가리 정부는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대한민국을 꼽고 있다. 삼성SDI, SK온, 솔루스첨단소재 등 현지 진출 기업들이 총 2만명에 달하는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삼성SDI 한 회사의 수출만 따져도 헝가리 전체의 4%에 달한다.

파비안 차관은 "헝가리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인증, 생산, 유통, 재활용까지 풀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이 밸류체인에 헝가리 기업들이 되도록 많은 참여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헝가리의 연구소 및 대학교들과 교류를 많이 하면서 '윈-윈' 해나가는 전략을 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다페스트(헝가리)=최경민 기자 brown@mt.co.kr 부다페스트(헝가리)=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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