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50여명 있었는데…“이재명 지지” 종이왕관 쓰고 순식간에 李공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부지 방문 중 피습을 당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에서 피습할 당시 돌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관 50여명이 주변에 있었지만, 지지자로 변장한 용의자의 기습을 막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아니기에 전담 경호팀은 따로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 대표 일정과 관련해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기동대 1개 제대 23명과 형사 등 직원 26명을 포함해 50여명이 경비를 위해 배치됐다.

통상 경찰은 당대표급 정치인의 공개 일정 중 사람이 많이 몰려 인파·교통정리가 필요하고 우발적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볼 때 관할서 소속 경찰 병력을 이 정도의 규모로 배치한다.

이날 이 대표가 습격 당할 당시에도 경찰관은 주변에서 안전 관리를 하는 중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은 이날 이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남성. [연합]

하지만 용의자는 이날 '이재명 지지' 등 글자가 쓰인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쓴 채 이 대표 지지자 모임을 뜻하는 '잼잼 자봉단' 머리띠까지 두른 탓에 지지자로 오인해 사전에 위험 인물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용의자는 "사인해달라"고 외치며 취재진을 뚫고 가까이 접근했고, 갑자기 이 대표에게 달려들어 목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개된 영상과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용의자가 순식간에 달려든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이 대표가 카메라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고개를 약간 숙이고 서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취재진 뒤로 머리에 파란 종이 왕관을 쓴 용의자가 접근한 뒤 취재진을 뚫고 이 대표에게 접근한다.

그러다 용의자는 이 대표에게 충분히 다가갔다고 판단하자 갑자기 이 대표의 목을 향해 흉기를 찌르는 모습이 촬영됐다.

이 대표는 곧장 바닥에 쓰러졌고, 해당 용의자는 주변 사람과 경찰에 의해 바로 제압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왼쪽 목 부위 피습을 당해 바닥에 누워 병원 호송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이날 배치된 경찰 병력은 이 대표를 전담 마크하는 '경호' 인력은 아니었다.

경찰은 당 대표 등 정치인을 대상으로 평상시 별도 경호팀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범죄 예방 목적으로 경호 경력이 있는 경찰관들로 꾸려진 전담 보호팀을 가동해 밀착 경호한다.

필요에 따라 거리 유세를 할 때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경찰서별 신변보호팀을 근접 배치한다.

이 대표는 10여분 정도 현장에 그대로 쓰러진 채 구급차를 기다리다 병원으로 이송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남성은 경찰에 연행된 상태다. 60~70대 남성으로 추정되며, 20~30cm 길이의 흉기로 이 대표를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검거한 용의자를 경찰서로 호송해 신원을 파악하고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