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인의 자긍심과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소명 의식을 끌어내야"
KBS 임직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도 건강하시고 생각한 일들 모두 이루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올해는 50살 중년의 KBS가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첫해입니다. 만만치 않은 도전들에 직면해 있지만 저는 KBS가 올해에 스스로의 힘으로 세계 최고의 공영미디어로 도약할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그런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진원지가 바로 KBS입니다.
2011년 시작한 뮤직뱅크 해외투어는 K-POP의 열풍을 선도하고 있고 세계의 유수 엔터테인먼트사들이 협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2012년 대기획 ‘슈퍼피쉬’는 최고 시청률 13.3%를 기록하며 ABU 다큐멘터리 최우수상, 휴스턴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대기획 ‘순례’는 뉴욕 TV & 필름 페스티벌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KBS 뉴스의 평균 시청률은 20%를 상회했고 종편 출범 이후에도 MBC, SBS, JTBC 등 모든 방송사를 합친 것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2010년 방영된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는 2010년 이후 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54.3%를 기록했고 2001년 방영된 대하사극 ‘태조 왕건’은 이후 깨지지 않는 시청률 기록인 60.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 예능 버라이어티 ‘1박2일’ 역시 현재도 깨지지 않은 예능 역대 최고 시청률 30%를 기록한 데 이어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은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무려 138일에 걸쳐 453시간 45분 동안 진행돼 만 189명의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켰습니다. 이 기간동안 무려 78%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2015년 마침내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이 모든 위대한 기록과 실적은 오직 KBS인과 KBS의 역량으로 이룩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과 열정은 여전히 KBS 내부에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KBS는 이런 잠재력을 살리지 못한 채 존립을 위협받는 암담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3000억 원대의 누적 적자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KBS 콘텐츠의 경쟁력은 주목할만한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만 경영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은 우리 모두에게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성원들은 사분오열돼있고 집행부와 직원들 간의 신뢰는 미약합니다. 이대로 가면 2년 내 자본 잠식 상태에 진입하게 된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과 조직과 직종 이기주의가 견고합니다.
우리 모두 변화가 없으면 희망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이제 모두 자신의 모순과 한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던 KBS인의 자긍심과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소명 의식을 끌어내야 합니다.
부족하지만 혁신을 위한 불씨는 지펴졌습니다. 회생과 도약을 위한 계획과 비전도 마련됐습니다. 미흡하지만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를 떠났던 시청자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향 추세를 멈출 줄 몰랐던 9시 뉴스는 특히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성과가 뚜렷합니다. KBS 뉴스의 하루 평균 조회 수는 1,000만 회를 상회하게 되었습니다.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과 예능 <개그콘서트>, <골든걸스>의 선전은 OTT 업계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는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는 광고 수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재정 파탄을 예고했던 수신료 분리징수, 2TV 재허가, 국고보조금 삭감 등의 3대 악재 중 국고보조금 삭감은 해소됐고, 수신료 분리징수는 2월 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2TV 재허가는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1월 1일은 제가 KBS인이 된 지 50일이 되는 날입니다. 50년의 전통을 이어온 여러분들에게 저는 여전히 부족하고 불안한 리더일 것입니다. 제 가슴 속에서 자라고 있는 KBS에 대한 애정과 소명 의식도 온전히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가 제시하는 미래와 비전이 허황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오늘을 성실하게 사는 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KBS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 KBS의 무한한 잠재력, 그리고 KBS인이신 여러분의 열정과 애정을 믿으십시오. 하루하루 공영미디어 구성원으로서 쌓아 갈 성과를 믿으십시오.
획기적이고 기상천외한 사업 플랜이나 경영 전략이 아니라 KBS인들이 만들어가는 ‘오늘’이 KBS의 위기를 극복하고 KBS의 미래를 열어가는 진짜 동력이 됩니다.
그 위대한 여정에 저와 집행부는 성실하고 정직한 심부름꾼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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