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합] "촬영장에선 '모범생' 마음가짐"…정유미의 새 도전에 '청룡'이 보낸 화답(청룡영화상)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정유미(40)의 새로운 도전에 '청룡'이 애정 어린 응원을 보내며 화답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정유미가 영화 '잠'으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 2006년 영화 '가족의 탄생'으로 청룡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17년 만에 다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
가장 유니크한 공포물의 탄생을 알린 '잠'은 지난 가을 극장가의 흥행 복병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이 가운데 정유미는 감각적인 연기력으로 대체불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수많은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우리가 알던 사랑스럽고 귀여운 '윰블리'의 모습과는 또 다른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이에 심사위원들도 "특별한 장치 없이 배우 본연의 힘만으로 처음부터 엔딩까지 이끌었다"고 입을 모아 극찬을 쏟아냈다.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스포츠조선을 찾은 정유미는 "시상식 당일까지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아는 분들이 시상자로 등장하셔서 그런지,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그 정도로 떨리진 않았다. 이번 청룡영화상은 김혜수 선배님의 마지막 진행을 축하하는 자리인 만큼, 편안하고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또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이 트로피가 저와 저의 주변 분들을 기쁘게 했다. 저뿐만 아니라 감독님,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현장에서 치열하게 작업을 하시는데, 항상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지'하고 다짐하게 만들었다. 물론 어렵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촬영장에서 만큼은 '모범생' 자세로 임하게 됐다. 본인이 맡은 일에 열정적으로 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그만큼 자극이 되기도 했다. 모두가 각자의 파트에서 자기 일을 잘 해낼 때가 가장 멋있는 것 같다"고 트로피의 의미를 되새겼다.
앞서 정유미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으로 제41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 수상을 하지 못했다. 이후 2년 뒤에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데 이어 소중한 트로피까지 품에 안게 됐다. 그는 "희한하게도 시상식날 자리 구성이 마음 편했다. 청룡 측에서 정말 감사하게 복도 자리를 주셨다(웃음). 염정아 선배님, 조인성 선배님, tvN 드라마 '라이브'에 함께 출연했던 고민시 그리고 앞자리에 (류) 준열이 까지 내적 친밀감 있는 분들과 자리가 가까워서 좋았다. 또 '가족의 탄생'의 프로듀서를 담당하셨던 백연자 대표님이 영화 '올빼미'를 제작하셔서 오랜만에 시상식 현장에서 뵙게 됐다. 제가 2006년도에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을 때도 대표님이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면서 엄청 좋아하셨는데, 이번에도 많은 축하를 보내주셨다. 아직 저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벌써 10년 이상 지났더라. 시간이 빛의 속도로 확 지나간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전년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자이자, 영화 '원더랜드'(개봉 예정)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탕웨이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수상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정유미는 "탕웨이 언니랑 촬영장에서 보다가 시상식장에서 보니까 더욱 반가웠다"며 "청룡영화상 트로피는 저에게 '지금까지 열심히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 봐라'하고 격려를 보내주는 것 같았다. 18~19년 동안 연기를 해오면서 관계자들이나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힘든 고비를 잘 이겨내고 무대에 선 저 자신에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수상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KBS2 드라마 '직장의 신'에 함께 출연했던 선배 김혜수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수상 당시 정유미는 "저에게 영원한 '미스김' 김혜수 선배님. 10년 전에 선배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제가 배우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고 지금까지 너무너무 수고하셨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아름답게 계셔 주시길 바라겠다"고 의미 있는 소감을 남긴 바 있다.
그는 "시상대에 올랐을 때 무대 아래에 앉아 계시는 선·후배 배우들이 너무 잘 보였다. 한 분 한 분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지 않나. (박) 보영 씨, (이) 병헌 선배님, (송) 강호 선배님 등 앉아 계시는 객석을 보다가, 갑자기 혜수 선배님을 쳐다보게 됐다. 시상식을 참석하게 된 이유도 선배님 덕분이었다"며 "같이 작품을 한지는 꽤 오래됐지만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저는 정말 현장 복이 좋은 배우다. '직장의 신'이 리메이크작이었는데 성공적으로 촬영이 끝났고 감독님 포함해서 스태프들까지 너무 잘해주셨다. 그런 작품을 만났다는 자체만으로도 소중했다. '직장의 신'을 찍고 나서, 그다음 해에 '연애의 발견'을 촬영했는데, 혜수 선배님이 어떤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셨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드라마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건 다른 문제이지 않나. '보통의 책임감이 아니고서야 쉽지 않겠구나'라고 느끼게 됐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지난해 가을 극장 개봉한 '잠'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7) 연출부 출신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베테랑 감독의 작품 못지않은 독특한 구성과 뛰어난 연출력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정유미에게는 연기자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 준 특별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정유미는 "작품을 촬영하면서 유재선 감독님한테 많이 배웠다. 아무리 신인 감독님이라고 하더라도 의심이 드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그분이 주시는 디렉션에 잘 따라가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혼자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며 "후시 녹음을 하는 과정에서 몸 상태도 안 좋았고, 녹음을 꽤 길게 했는데 영화를 딱 보자마자 사운드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감독님의 끈기와 집념이 더 대단해 보였다. 나중에 후반 작업을 하면서도 '감독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는 참 행운아다'라고 느꼈다. 칸에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제 연기에 대한 아쉬운 점은 남았지만, 작품만 놓고 봤을 때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이미지 변신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묻자, 정유미는 "그런 압박감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땐 '관객들의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지'하고 걱정했는데, 걱정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더라. 굳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고 괴롭힐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하면서 제 몸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길 수 있게 됐다"며 "2024년에도 넘어지지 않고, 계획한 대로만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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