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벌판에 우뚝 선 SK온 '3조원 승부수'…"수요둔화? 부적절"
[편집자주] 2024년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재장전(reload) 타이밍이다. 2023년 동안 증폭됐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뒤로 하고 추진력을 다시 확보할 때다. 기업들은 한 발씩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 미래 전기차 시장을 향해 언제든 회심의 한 발을 날릴 수 있는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공장은 일단 거대한 규모에 압도된다. 눈 덮인 벌판 위에 우뚝 솟아 있어 더욱 위압감이 들었다. 31만 핵타르(약 9만평)의 대지 위에 지어진 이반차 공장은 연 30GWh(기가와트시)에 달하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기존 코마롬 생산라인(1공장 7.5GWh, 2공장 10GWh)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SK온이 23억 달러(약 3조원)를 투자한 야심작이다.
해마다 전기차 43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양의 파우치형 배터리 셀과 모듈의 생산준비가 완료된 모습이었다. 양극과 음극을 만들어내고, 분리막을 중간에 넣어 셀의 형태를 갖춘 다음, 셀들을 모듈에 담는 등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선제투자로 미래 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 SK온의 전략을 이반차 공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조대희 SK온 유럽법인장은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게 아니라 증가폭이 조금 주춤한 상황"이라며 "정체라고 표현하는 것도 부적절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과정이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 당연히 발생하는 단기 악재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는 "각 국의 탄소 절감 목표와 함께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여가는 추세 자체가 바뀐 게 아니다"고 힘을 줬다.
실제 헝가리 현지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쯤부터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기업들을 향해 물량조정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성장세에 대한 물음표가 나오기 시작하며, 불확실성이 증폭한 영향이다. 하지만 4분기들어 실제 배터리 납품 물량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량을 줄여달라고 했던 완성차 업체들 중 일부는 오히려 주문 물량을 다시 확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SK온 유럽법인의 김두홍 PL은 "2023년만 봤을 때,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수요가 안 올라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막상 지난해 4분기가 됐더니 이전 1~3분기에 잘 나갔을 때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물량이 빠지고 있어서 시장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럽이 지향하고 있는 게 100% 전동화이기 때문에,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라며 "속도야 조금 늦어질 수도, 빨라질 수도 있는 것"라고 설명했다.
SK온은 이반차 공장을 통해 유럽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죈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코마롬 1,2 공장을 통해 각종 시행착오를 미리 경험했던 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율 문제의 경우 SK온은 이반차 공장에서 정상궤도에 올리는 것을 조기에 달성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배터리 업계는 SK온이 최근들어 코마롬 공장의 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노하우를 접목하면 이반차 공장의 수율을 잡는 것 역시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 법인장은 "메탈 가격 변동이 부담스럽긴 한데, 하향 안정화만 이뤄지면 걱정할 게 없다"며 "메탈 가격이 떨어지면 오히려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이 하락하며 저변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SK온 유럽법인장으로 신규 부임한 그는 "수율 및 가동률 목표를 더 공격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일단 기본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다페스트(헝가리)=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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