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중 만학도 할머니 6명 '꿈꾸는 세 잎 클로버' 시집출간

조영석 기자 2024. 1. 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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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중앙여중 방송통신부설중에 다니는 만학도 이영순 할머니의 '나의 십대'라는 시다.

김동임(77), 박숙자(74), 이영순(64), 송영희(62), 백형금(75), 박종심(63) 등 목포중앙여중 방송통신부설중에 재학 중인 60,70대 만학도 할머니 6명이 공동시집 '꿈꾸는 세 잎 클로버'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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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 좋아지면 너도 학교 보내주마 하셨다 울 엄마 속은"
전남도교육청 '학생(교원) 저자되기 프로젝트'
‘꿈꾸는 세 잎 클로버’ 표지(전남교육청 제공)/뉴스1

(무안=뉴스1) 조영석 기자 = "나의 십대는 가정 형편상 중학교 진학을 할 수 없었다/(중략)/ 엄마 따라다니다 교복 입은 친구들이 학교 갔다 오면 나는 죄인처럼 돌담 아래 숨어 있다 친구들이 보이지 않으면 나왔다 학교 못 갔다는 게 그 시절엔 왠지 창피하다고 생각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엄마는 조금만 형편 좋아지면 너도 학교 보내주마 하셨다 울 엄마 속은 얼마나 아팠을까"

목포 중앙여중 방송통신부설중에 다니는 만학도 이영순 할머니의 '나의 십대'라는 시다. 시의 해설이 따로 필요치 않다.

김동임(77), 박숙자(74), 이영순(64), 송영희(62), 백형금(75), 박종심(63) 등 목포중앙여중 방송통신부설중에 재학 중인 60,70대 만학도 할머니 6명이 공동시집 '꿈꾸는 세 잎 클로버'를 펴냈다.

전남도교육청의 '학생(교원) 저자되기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책 주제 선정부터 표지 디자인까지 직접 제작, 3개월간의 초고와 퇴고 작업을 거쳐 빛을 보게 됐다.

부제가 '중학생 할머니들의 행복 시'인 '꿈꾸는 세 잎 클로버'에는 배움을 향한 가슴 속 응어리와 가족에 대한 사랑,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등 황혼에 이르도록 걸어온 인생길 이야기 66 편이 담겼다.

"(전략)이젠 내 힘없는 두 다리가 제구실을 못해/ 멋진 풍경 산에도 못 올라가고/ 꽃이 피어 예쁜 길을 오랫동안 걷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저 낡은 운동화는 못 버리겠네…/ 잘 걸을 때나 절뚝거리는 지금이나 나와 함께해 준 유일한 친구/ 늘 행복한 곳으로 데려가 준 내 낡은 운동화/ 넌 이번에도 나와 함께 하자/ 소소한 일상이 늘 그리운/ 내 80대는 내 낡은 운동화마저도 사랑스럽다"

김동임 할머니의 이삿짐 챙기던 날의 심정을 그려낸 '행복한 내 인생'이다. 낡고 오래된 물건에 투영되는 자신의 늙은 몸이 처량하면서도 자족의 시간에 감사하는 여유가 묻어난다.

박숙자 할머니의 '소쿠리'라는 시도 같은 시선으로 이어진다.

"빨간 소쿠리 예쁘다 쓰임새 좋겠다/ 취택했다가 쉴 새 없이 부려 먹고선/ 깨지니 헌 신짝일세/ 나 내나 어찌 그리 같은 신센고/ 내도 젊고 고울 때 받은 사랑 커서/ 별천지인 줄 착각했구만/ 이 험한 세상 풍파를 보물 셋과 지아비와/ 죽을 둥 살 둥 기차처럼 앞만 보고 달렸더니/ 지금이 종착역인가 쉬이 숨 고르고 보니/(중략)/제 몫 다하기론 소쿠리나 내나 진배 없구만, 그래"

송영희 할머니의 '전어'라는 시를 읽다보면 입가에 '웃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시린 미소가 어린다.

"(전략)자식들 먹이려 엄마는 전어 대가리만/ 꼭 꼭 씹어 먹었다/ 전어는 대가리가 제일 맛나단다/ 살 붙은 것은 자식들에게…/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없는 살림에 가을이 오면/ 자식들에게 전어구이를 먹였다/ 장가간 아들 집에서 며느리 호강을 받는디/ 고소한 전어를 구어 부모 공양하는디/ 어머니 이거 좀 드셔 보세요/ 고운 며느리 말에/ 아들 화들짝 놀라/ 잘 구운 전어 접시에서/ 대가리만 툭툭 따서/ 어머니 앞에 내밀며/ 울 엄마는 대가리만 잡수신다고… 했다/ 아고, 누굴 탓하랴 내가 그리 갈쳤는디/어머니는 대가리만 꼭꼭 씹어 드셨다"

그런가 하면 백형금 할머니는 '엉겅퀴차'라는 시에서 나이 듦에 따라 성숙해지는 삶의 지혜를 겸허하게 노래하고 있다.

"서슬이 퍼런 가시가 온몸에 가득하다/ 고집과 욕심이 가득한 듯하다/ 그럼에도 뜨겁게 달궈진 가마솥에서/ 덖어내어 거친 멍석에 비비고/ 열두 번 덖고 비비면/ 고집스러운 가시는 온데간데없어지고/ 뜨거운 물 부어 우려낸 그 향기/ 그 맛으로 기쁨을 준다/ 인생도 긴 여정 동안 욕심도/ 고집도 다 내려지려나/ 겸손과 온유와 절제와 인내로/ 구수한 인생 차가 되어볼까나"

또 박종심 할머니는 나이 대 별 연작시를 통해 '나의 십대…참 바보였구나', '나의 이삼십 대…죽을 것만 같았다', '나의 사오십 대…자녀 걱정을 놓을 수 없나', '나의 육십 대…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라고 자신의 삶을 반추했다.

박 할머니는 '나의 육십 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에서 "(전략)항상 공부에 미련을 남기고 살아왔던/ 나는 올해 남편과 함께/ 방통통신중에 입학을 했다/ 가야 할 곳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고/ 재미도 있고 또 재미있다/ 2주에 한 번씩 차를 타고/ 콧바람 쐬려 다니니 얼마나 좋은가/ 근방 듣고 또 잃어버릴망정/ 배운다는 것은 참 좋다/남편이 열공하고 있는 그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라고 남편과 함께하는 늦깎이 배움의 즐거움을 노래했다.

시집을 엮어 낸 김영숙 지도교사는 표사에서 "할머니들이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이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시들을 접하면 저절로 가슴이 뭉클 해진다"며 "멀리 있는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기 보다는 내 삶의 행복 세 잎 클로버를 간직하고 살아오신 할머니들의 큰 가르침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kanjo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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