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늘 나는 5G 기지국 개발 박차…내년 등장 가능성

이정호 기자 2024. 1. 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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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T·소프트뱅크 등 ‘HAPS’ 실용화 속도
세계전파통신회의서 전용 주파수 4개 채택
서비스 영역 ‘200㎞’…오지서 활용 기대
일본 통신업체 소프트뱅크가 고안 중인 HAPS의 비행 상상도. 태양광에서 동력을 얻는 대형 무인기에 기지국 장비를 실었다. 출처 소프트뱅크 홈페이지

통신 기지국 역할을 하는 무인 비행기를 하늘에 띄워 사막 등 오지에서도 전화나 인터넷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의 개발을 주도하는 일본 통신업계는 2025년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과 일본 니케이 아시아 등은 163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2023년 말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고고도 플랫폼 스테이션(HAPS)’이 사용할 특정 주파수 4개가 일본 제안대로 채택돼 국제 표준화됐다고 전했다

HAPS란 5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지국을 탑재한 무인기다. ‘공중 기지국’인 셈이다.

HAPS는 고도 18~25㎞ 성층권을 날도록 고안됐다. 국제선 민간항공기가 나는 고도의 대략 2배다. HAPS에는 프로펠러가 있기는 하지만, 글라이더에 가까울 정도로 날개가 길다. 날개가 길면 양력이 잘 생겨 하늘에 쉽게 떠 있을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도 사용자의 머리 위에 기지국을 띄우는 ‘스타링크’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스타링크는 고도 약 500㎞, 즉 우주에서 활동하는 인공위성을 기지국으로 쓴다는 점이 다르다.

HAPS에 달린 프로펠러와 탑재체를 작동시키는 동력은 전기다. 전기는 날개에 빽빽하게 설치한 태양광 전지판에서 얻는다. 태양광은 지구에 무한하게 쏟아지는 에너지다. 일반적인 비행기처럼 재급유를 받기 위해 착륙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HAPS는 수십일 이상 하늘에 체류하며 기지국 역할을 할 수 있다.

HAPS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NTT와 소프트뱅크 등 일본 통신업계다. HAPS를 2025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르완다와 일본 사이를 HAPS로 시험 연결해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통화를 구현했다. 이 회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HAPS는 1년 내내 풍속 변화가 거의 없는 성층권에서 안정된 비행을 할 수 있다”며 “비행 고도가 인공위성에 비해 지상과 더 가깝기 때문에 통신 속도가 지연되는 일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HAPS는 서비스 범위가 200㎞에 달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이점이다. 사막과 섬, 산간 지역에서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 지상 기지국의 경우 서비스 범위가 3~10㎞에 그친다.

HAPS는 통신 사정이 좋지 않은 국가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부와 중앙 아프리카에서는 전체 인구의 10명 중 3명만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통신망 미비 때문이다.

반면 전 세계에서는 평균적으로 10명 중 7명이 인터넷을 쓴다. 이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지상 기지국을 일일이 설치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HAPS를 띄우면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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